늦었다고 생각하기 전에
"박막례 씨, 치매 올 가능성이 높네요." 이 한마디에 손녀 김유라는 잘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할머니와 호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 떠나기 전, 유라는 할머니의 치매를 막기 위해 휴대폰에 두더지 게임 앱을 깔아보기도 하고 치매 관련 논문도 찾아보고 인터넷 치매 환자 카페에도 가입을 한다.
그러다 '치매는 의미의 병입니다.' 그것은 곧, 할머니의 존재 가치가 없다는 판단이 들어 우울과 시련이 찾아오면서 뇌세포가 손상되는 마음의 병이라는 것을 알았다. '할머니가 왜 살아야하는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당신 삶의 의미를 찾게 하자.'(63쪽)고 생각, 호주로 여행 가서 촬영한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책은 운동 경기에 빗대 전반전, 하프타임, 후반전, 그리고 남은 이야기와 에필로그로 구성되었다. 한 사람의 생애를 운동 경기로 보는 특별한 시각이 있다. '전반전'은 치매 위험 진단을 받기 전까지 박막례 할머니의 살아 온 이력을 간략하게 기록했다. '후반전'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할머니와 손녀의 시각으로 재구성했다.
2남 4녀 중 막내딸로 태어나 6.25 전쟁 때 오빠들과 헤어지고 딸이라고 학교도 못 다닌 이야기, 한복학원을 다녀 바느질을 배우고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집안을 돌보지 않는 신랑을 만나 생계를 위해 막노동과 파출부 일을 하고 과일장사에 엿 장사, 꽃 장사, 떡 장사, 식당일에, 두 번의 사기를 당한 이야기까지 여자로서는 결코 순탄치 않은 삶이었다.

이후 '후반'에서는 71세의 박막례 할머니가 겪는 좌충우돌 자유 여행기가 펼쳐지는데 특유의 전라도 사투리가 섞이면서 더 재미있어진다. "생전 처음 탱고리인지 캥고리인지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동물을 쿠란다 마을에서 봤다. 근디 가서 보니까 앞다리는 짧고 뒷다리는 길어가꼬 다친 것 같아서 마음이 엄청 아프더라. "너 다리가 끊어져서 그러냐? 오메 오메....." 불쌍해가꼬 그것을 자꾸만 쓰다듬어줬다."(72쪽) 생전 처음 캥거루를 보면서 박막례는 앞다리와 뒷다리가 똑같은 것인데 다쳐서 그런 줄 알고 불쌍하게 여긴다.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역인 케언스에서는 스노클링도 하게 된다. 영어라고는 Hello, Thank you, Sorry, F*** you, Sh** 다섯 가지 밖에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 정도의 어학 실력으로도 외국인들과 어울리며 오리발을 신고 잠수복을 입고 바다 속에 들어가서 마음껏 헤엄쳐본다. 그러다 거기서 또 한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난 이야기는 웃어서도 안 되고, 웃을 일이 아닌데도 웃음이 나와서 참기 어려웠다.
책 중간 중간 나타나는 코믹한 표정의 사진은 책의 재미를 더해준다. 독자를 위한 편집이 다. 이해도를 높이기도 하고 재미도 더 한다. 크루즈여행에서는 서양 할아버지들과 춤을 추면서 '서양 할아버지들은 향수 냄새가 났다' 며 충격적이라고 고백을 한다. 구글에서 보내준 초대장을 받고 미국 현지까지 날아가서 환대받는 모습에선 용기를 가지는 것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71세 할머니와 손녀 김유라의 이야기, 어디부터 따라 잡아야하지? 부럽다는 말만 하고 앉아있는 것, 그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호기심을 가지고 용기 있게 도전하는 자만이 얻을 것을 얻고, 이룰 것을 이룬다. 지금까지 남이 하는 일을 부럽게 바라만 보았다면 이제 남이 날 바라보게 해 보자. 하고 싶었던 일, 늦었다고 생각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자. 지금 당장!!
이동근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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