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장으로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공무직 7명을 포함한 32명의 직원 모두를 일대일 면담을 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직분과 희망하는 일, 고충을 들을 수 있었고 미술관 운영에 관한 종합적 판단과 미술관의 문제점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4월 18일 대구미술관 4대 관장이 된 최은주(56) 관장은 이달 30일자로 취임 100일째를 맞는다. 길었던 관장 공석기간과 두 차례의 공모에서 '적격자 없음'이라는 적잖은 진통 끝에 취임한 최 관장의 입장에서 보면 취임 후 부담 또한 컸던 것으로 짐작된다.
최 관장은 면담을 통해 얻은 결과와 전문 큐레이터로서 자신이 지닌 지식 및 이전 미술관 운영 철학을 토대로 미술관의 제일 기능인 소장품 관리와 수집, 연구, 전시, 관련 법령 등을 담당할 소장품 담당부서를 제1부서로 만들었고, 이어 지금까지 없던 교육업무도 관장하도록 함으로써 대구미술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미술관 기능 중 핵심은 소장품의 활용과 기획전시 및 아카데미 프로그램의 운영이랄 수 있죠. 이 때문에 3명의 직원을 교육팀으로 운용해 대구미술관에 소장된 1천220여점의 작품들을 공부하고 그에 대한 전문지식과 활용성을 연구하도록 했습니다."
면담을 통해 최 관장이 얻은 또 하나의 사실은 대구미술관 큐레이터들 중 우리나라 근대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 이는 대구가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의 메카이자 대구 미술인들의 자부심의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모순을 안고 있었던 셈이다.
최 관장은 이런 사실을 직시하고 바로 대구미술관 큐레이터들 간 스터디 그룹을 만들게 했다. 관련 논문을 읽고 해당 미술가를 연구하고 그에 대한 전시를 미리 구상해봄으로써 미술사적 이해가 쌓이고 이해도가 깊어질수록 전시 또한 보다 알차게 된다는 게 그의 진단이었다.
"내후년은 대구미술관 개관 10돌입니다. 올 상반기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큐레이터들의 지식과 이해도가 쌓이면 내후년에 '한국근대미술과 대구 화단'을 주제로 전시를 준비할 예정입니다."
부임 전 최 관장이 대구화단을 봤을 때 많이 안타까웠던 사실은 근대미술의 산실이며 1960년대와 70년대 우리나라 현대미술운동의 중심이었고, 그 어느 곳보다 많은 미대생들을 배출하고 있었던 대구가 원동력을 잃고 풍부한 인적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던 점이다. 내친김에 그는 대구미술관의 전시가 이제까지 너무 트렌드에만 집착하다보니 보다 많은 국내외 미술인들을 조명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점도 지적했다.
최 관장은 한국'아시아 근대미술 전문가이다. 따라서 대구미술관이 그동안 유명작가나 대형전시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앞으로 대구미술관이 보다 큰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작가를 초청, 전시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아무개 전시를 했다'는 건 대구미술관 자체나 시민 및 직원들에게도 자부심을 갖게 하는데 긍정적 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세계적인 미술관과의 네트워크를 위한 물밑작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 구겐하임이나 영국 테이트 미술관, 프랑스 퐁피두 미술관과의 인연을 통해 대구미술관의 위상을 드높일 전시를 기대해도 좋을 듯 합니다."
최 관장은 대구미술관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마련을 위해 내년 후반부터 2021년과 2022년 대형작가 전시를 구상 중에 있다.
최 관장의 면담과 공부하는 큐레이터상을 위한 리더십의 영향은 현재 대구미술관이 전시하고 있는 '팝콘전' '박종규전' '박생광전'에서 주중과 주말 관람객이 20~30% 증가하고 있다는 게 그 방증이다.
"관람객은 참 예민합니다. 잘 만든 전시는 알아서들 찾아옵니다. 입소문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죠. 제가 큐레이터에게 늘 하는 말이 '전시는 포장을 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관람객과 상호 공감을 이끌어내는 전시에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다. 팝콘전은 영상광고와 유튜브를 활용한 입소문을 만들어 냈고, 박생광전은 그의 예술 일생은 스토리텔링화 해서 관객들에게 선을 보였다. 전술전략(시스템 구축)과 실전성(전시)을 고루 갖춘 장수는 결코 위태롭지 않은 법이다. 이를 위해 전략면에서 대구미술관은 내년에 20회를 맞는 이인성상 수상 작가들을 모아 특별전과 학술대회를 열고 한국현대회화의 현주소를 되돌아본다. 또한 '소장품 100선'전을 계기로 소장품 상설전시장도 만들 계획이다.
그동안 최 관장은 취임 후에 지역 미술계와의 접촉도 누구보다 많이 가진 관장으로 대구 화랑가 오프닝 행사 때마다 가능한 한 참석해 사람들과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대구문화애호가들의 뜨거운 열정을 보았다고 했다.
"전 세계 어느 미술관도 완벽한 곳은 없습니다. 다만 미술관이 지향하는 목표를 향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언젠가는 대구미술관도 세계적인 미술관의 반열에 우뚝 설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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