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멕시코 국경 급류 휩쓸려 숨진
엘살바도르 부녀 사진 지구촌 충격
美 정치인 인도적 이민제도 합의를
다시는 이 같은 불행한 사건 없어야
얼마 전 미국과 멕시코 국경인 리오그란데강에 빠져 사망한 한 남성과 아기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이들은 미국으로 불법 입국하기 위해 강을 건너려다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엘살바도르 국적의 젊은 아빠와 23개월 된 딸로 밝혀졌다.
이 사진 한 장으로 미국의 이민정책이 재조명되고 있다. 소위 '캐러밴'(Caravan)으로 불리는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출신의 이주자들이 미국-멕시코 국경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본국의 절망적인 폭력과 치안 부재 그리고 빈곤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목숨을 건 미국행을 택한 것이라고 한다. 미국 국경수비대에 의하면 2018년 한 해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숨진 이주자 수는 적어도 283명이라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상황을 '침입'(invasion)이라 규정하고, 강경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남부 국경을 넘어오는 이주자들을 마약 밀거래, 테러, 성범죄, 성매매 등의 범죄와 연계해 이들의 이주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가족 분리' 정책으로 체포된 불법 이주자와 난민 신청자의 자녀들을 부모로부터 분리시켜 수용하였고(이 정책은 '아동 인권 침해'라는 연방법원의 판단에 따라 지난해 6월 중단됨), 무관용 이민정책을 도입해 서류 미비 이민자들을 범죄자로 기소하여 감옥으로 보내고 있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려 2019년 2월에는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의 논리는 보다 강경한 이민정책으로 이들이 미국행을 포기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구체적 수치를 들어 강경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미국 남부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이주자 수는 2000년 164만 명을 기록한 후 지난 18년간 감소해 트럼프 대통령 집권 1년 차인 2017년에는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2018년에는 조금 증가한 약 40만 명을 기록했다. 따라서 현재 상황은 국가비상사태가 결코 아니며 정치적 목적으로 '가공된 위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불법 월경은 남부 국경뿐만 아니라 북쪽의 캐나다 국경과 해안 국경을 따라서도 일어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2017년 캐나다 및 해안 국경에서 체포된 불법 입국자 수는 각각 3천27명과 3천588명이었다.
또 매년 미국에 정착하는 불법 이민자의 가장 많은 수는 비자가 만료된 후 계속 불법으로 체류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공식 통계가 말해주고 있다. 2016년 불법 월경자 수는 56만3천204명인 데 비해 비자가 만료된 불법 체류자 수는 이보다 많은 73만9천478명이었다. 통계에 의하면 마약 밀거래자, 테러 용의자, 성범죄자 등은 대부분 공항과 같은 공식 출입국사무소를 통해 입국했으며, 중남미 이주자들에 의한 범죄율은 내국인들의 범죄율에 비해 오히려 낮다고 한다. 남부 국경을 통해 입국하는 이주자들 가운데는 난민 지위를 획득하려는 사람이 많은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이 난민 판결을 받을 때까지 미국 입국을 불허하고, 국경 공무원들이 하루에 처리하는 난민 신청 건수를 축소하고 난민 허가 기준을 높임으로써 대기일이 길어지고 난민 지위 거부율이 높아짐에 따라 불법 입국을 시도하는 사람의 수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사진 속 남성도 아내와 딸을 데리고 난민 신청을 하려 했으나 미국행 길이 막히고, 난민 신청 대기일이 너무 길다는 것을 알고, 가족과 함께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 변을 당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남미 국가들로부터의 이주자 수는 미국의 이민정책보다는 이들 국가의 치안 및 경제 상황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미국 정치인들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미국의 전통적 가치, 보편적 인권과 인도주의 그리고 이들 중남미 국가들의 현재 상황에 대한 미국의 책임 의식을 기반으로 포퓰리즘이 아닌 사실에 기초해 합리적인 이민제도에 하루속히 합의하여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