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뿌리를 키워야 한다

입력 2019-08-05 11:11:40 수정 2019-08-05 19:26:01

전우헌 경상북도 경제부지사

전우헌 경북도 경제부지사
전우헌 경북도 경제부지사

필자는 국내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해외 진출 기업의 총생산량 중 최소 10% 이상 국내 생산'을 골자로 하는 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법을 만들어 강제적으로 시행하게 되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시했다.

그만큼 기업의 불만은 높아지고 생산성은 떨어질 것이며, 심할 경우 기업의 유지 존속마저 어렵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다.

따라서 제조업 국내 생산 쿼터제의 법 제정이 불러올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기업과 정부, 근로자 모두가 윈-윈하는 방안이 반드시 강구되어야 한다는 점을 서두에서 다시 한 번 밝혀두고 싶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해외 물량을 국내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2013년부터 시행되는 국내 복귀 기업 지원 제도가 있지만 대상자 선정 요건과 인센티브 지원 조건이 까다롭다. 그 결과 지금까지 52개 업체가 복귀해 2천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그쳤다. 더구나 단순히 해외 물량 일부를 가져오는 경우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지역형 일자리 모델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광주형 일자리가 타결된 이후 중앙정부나 각 지자체는 제2, 제3의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지자체는 기업과 함께 신규 법인을 만들어 국내 물량 중 일부를 생산하는 방법을 추진하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광주가 겪었던 문제, 즉 기존 국내 기업 생산 물량 감소에 따른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광주와는 다른 형태의 모델이 제시돼야 한다. 필자가 제안하는 새로운 지역형 일자리는 해외 물량을 국내로 가져와 뿌리를 키우는 형태다. 여기에 현재 추진 중인 '경북형 일자리' 모델을 접목시킨다면 기업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경북형 일자리는 기업 친화적이며 고용 창출 중심을 모델로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기업이 원하거나 필요한 사항을 최대한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외 물량 이전 기업에 대해서도 새로운 제조 라인을 증설하면 필요한 부지를 무상 제공하는 것을 비롯해 투자 금액에 대한 특별지원금 지원, 제반 인프라 지원 강화와 우수 인력 채용 지원 등 신규 투자 못지않은 지원책을 강구하자는 것이다.

제조 관련 신규 투자는 반도체를 비롯한 장치산업에 국한되고 있다. 더군다나 장치산업은 투자 금액 대비 일자리 창출이 미미하다. SK반도체 유치의 경우도 120조원 투자에 1만 명 정도의 일자리만 창출된다고 한다.

따라서 인건비 때문에 해외로 진출한 기업의 물량을 다시 국내로 이전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에 가장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손익을 중시하는 기업으로서는 당장 해외와의 인건비 차이 때문에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들 기업에 대해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기업의 망설임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기업 지원에 대해 특혜를 준다는 인식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해외 진출 기업도 국가 제조업 경쟁력 강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전체 물량 중 최소 10% 이상을 국내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법 제정에 적극 동참했으면 한다.

새로운 시도가 서로 윈-윈하는 결과로 나타나 다시 한 번 '제조 강국 대한민국'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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