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평범이 가장 큰 행복의 지름길이다

입력 2019-07-20 00:30:00

이상일 시인·수필가

이상일 시인·수필가
이상일 시인·수필가

영국의 사회학자 스펜서(Spencer)는 "인간은 삶이 두려워 사회를 만들었고 죽음이 두려워 종교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때 사회는 인간 한 사람(人)이 아닌 두 사람 이상의 사이(間)의 관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동양에서 사람을 단순히 인(人)이라 하지 않고 인간(人間)이라고 했다.

이 사회에 사는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행복의 기준은 시대와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편적인 행복은 지금 현재의 인간관계 속에서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현실은 늘 끊임없는 갈등과 모순이지만 그 시대와 같이 사는 사람들과 동떨어져 지구 밖에서나 과거나 미래에서 행복을 찾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옛 선조들도 세상 살면서 세 가지는 피하라고 했다. 첫째가 소년등과(少年登科), 둘째가 장년상처(壯年喪妻), 셋째가 말년궁핍(末年窮乏)이라 했다. 이 중 소년등과는 너무 일찍 출세하면 인생의 산전수전을 경험해 보지 못함으로써 정상에서 추락하는 절망감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하거나 망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피하라 했다.

행복은 성적순도 아니며, 천재나 영재로 사는 것이 성공이고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되는 것도 아니다. 'IQ 210'의 세계 10대 천재 한국인 김웅용 씨는 12세에 NASA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지만 또래와의 '관계 맺기'와 '소통'에 실패해 NASA에서도 늘 혼자였고, 결국 우울증과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다 못해 19세 때 '평범하게 살겠다'며 한국으로 돌아와 검정고시로 초중고를 거쳐 지방대를 졸업한 후 공기업에 다니다 지방대학 교수로 지금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최근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천재 소년 송유근도 만 6세의 나이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8세에 인하대에 입학해 최연소 박사 학위를 취득하려다 논문 표절 등의 시비에 휘말려 모든 것을 중단하고 작년 말 군에 입대했다.

외국 사례로 2008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세계적 수재들만 모인 미국의 하버드대 학생 268명의 인생을 추적한 연구 결과, 47세 무렵까지 형성돼 있는 인간관계가 이후 생애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였고,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가장 안정적인 성공을 이뤘다는 결론이다. 결국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은 결국 사랑"이라고 결론지었다.

사람의 일생을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열광하는 삶보다는 한결같은 삶이 훨씬 우리의 삶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안다. 가장 위대한 진리는 가장 단순하듯 이미 유치원에서 배운 정직하라, 성실하라, 사랑하라 이 세 마디이다. 이렇게 사는 길이 가장 심플하면서 이 땅 위에서 가장 행복하게 사는 길이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조기교육 붐이 일어나 혀도 잘 못 굴리는 아이에게 3개국의 외국어를 시키는 등 과열풍이 있었다.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영재 내지 천재교육으로 아이들을 혹사시키거나 별나게 키우려고 하기보다는, 같은 또래집단과 자연스럽게 인격 형성이 되도록 평범하게 키우는 것이 한 사람 일생으로 봐서는 가장 행복하게 사는 지름길이라는 것은 오랜 세월 살아본 사람들의 경험 법칙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사는 이유가 행복하기 위해 산다면 행복은 결국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과의 평범한 교류와 가장 단순한 진리 속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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