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정착 해외 이주 여성 최근 3년간 가정폭력 상담 2천여 건 "가정폭력, 남의 일 아니다" 

입력 2019-07-09 17:10:25

"남편에게 체류권을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4년 전 대구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 A(28) 씨는 불임을 이유로 남편에게 지속적인 구타를 당하다 결국 남편의 폭행을 피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숨어 지내는 중이다. 심한 폭행에도 법적 구제 대신 현실 도피를 선택한 것이다.

최근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이 한국인 남편으로부터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알려지며 전국적인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대구 이주여성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이들에 대한 보호 대책 마련과 제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일신문이 9일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의 이주여성 상담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6년부터 올 5월 말까지 접수된 가정폭력 상담 건수는 모두 2천76건에 달했다. 이 기간 접수된 상담 중 이혼상담이 3천3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가정폭력 상담이 두 번째를 차지한 것. 이어 부부갈등(1천503건), 체류문제(829건) 등의 순이었다.

이주여성 상담사들은 "언어·문화갈등, 부부간 나이 차이로 오는 세대갈등이 지속적으로 해결되지 못해 결국 폭력에 노출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원인은 배우자의 성격, 상황 등 복합적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의 결혼 이주여성은 2013년 6천147명에서 2017년 7천637명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하지만 가정불화에 휩싸여도 외부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드물다. 결혼 이주여성들이 전문적인 상담과 법률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이주여성 상담소는 지난달 문을 연 대구상담소가 전국에서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이주여성 경우 본인의 체류권을 남편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체류자격 연장 허가 시 배우자의 신원보증을 요구한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은 인권침해를 이유로 지난 2011년 폐지됐지만, 비자 연장이나 영주권 신청 등을 할 때는 여전히 남편의 신원보증이 필수적이기 때문.

강혜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동대표는 "학대 이주여성들의 체류를 지원하는 미국의 T·U 비자제도처럼 가해 배우자의 권한을 배제하고 학대 이주여성 스스로 영주권을 취득하거나 체류를 결정할 수 있는 비자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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