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친소] 웬만한 사람보다 여행 더 많이 다녔을껄? 애견 동반 여행의 달인~

입력 2019-07-10 18:00:00 수정 2021-08-13 11:48:45

(이름 : 둥이 / 견종 : 푸들 / 나이 : 4살 / 성별 : 남자 / 취미 : 여행)

'개에게 행복은 무엇일까?' 8개월 된 둥이를 입양하고선 정인 씨가 수도 없이 했던 생각이다. 구속 없이 자유롭게 달리며 풀과 바람의 냄새를 맡고, 새로운 공간과 사람을 만나 함께 어울리는 것. 고민 끝 찾은 답은 애견 동반 여행이었다. "둥이와 여행하며 내 반려견이 얼마나 다양한 표정을 짓는지 알게 됐다. 내 반려견의 행복한 얼굴이 고마워서 자꾸만 둥이와의 여행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여행 짐이 한가득 담긴 캐리어 속에 들어가 여행을 준비하는 둥이. 독자제공
여행 짐이 한가득 담긴 캐리어 속에 들어가 여행을 준비하는 둥이. 독자제공
애완견 백팩 속에 들어가 여행을 준비하는 둥이. 독자제공
애완견 백팩 속에 들어가 여행을 준비하는 둥이. 독자제공

◆네 발로 걷는 여행의 품격

'간편하게 다녀오는 여행이 최고'라는 정인 씨 가족의 여행 철학은 둥이로 인해 와르르 무너졌다. 간식, 사료, 여벌 옷, 침대, 장난감, 목욕용품, 애착 쿠션… 둥이 짐만 해도 한 트렁크다. 그렇다고 둥이 짐 싸기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초기에는 사람 짐 사이사이에 쑤셔 넣은 리드 줄과 사료 몇 봉지가 전부였다. '이거면 되지 않아?'라는 안일한 생각에 빠진 채 여행길에 오른 정인 씨 가족은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 끝에 지금의 '둥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정인 씨는 비로소 둥이가 필요한 여행 가방을 챙길 줄 알게 되었고, 그렇게 둥이 가족의 세상은 넓어지고 있었다.

동물의 입장에서 익숙한 공간을 떠나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스트레스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최대한 자극을 덜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평소 사용하던 물품을 대부분 챙겨야 한다. 다소 예민한 반려견의 경우 집에서 사용하던 울타리를 챙겨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행지로 가는 길 차 안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둥이. 독자 제공
여행지로 가는 길 차 안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둥이. 독자 제공
야외 수영장을 갖춘 밀양 한 애견 펜션에서 의자에 앉아 있는 둥이. 독자 제공
야외 수영장을 갖춘 밀양 한 애견 펜션에서 의자에 앉아 있는 둥이. 독자 제공

◆ '헥헥' '낑낑' 좌충우돌 첫 여행

애처로운 눈망울로 바라보는 반려견이 있다면 여행을 떠나려 해도 미안함을 떨칠 수 없다. 그렇다고 맡겨 두고 가자니 왠지 모를 찝찝함이 느껴진다. 둥이의 첫 여행은 견주 변정인(27) 씨의 그 미안함과 찝찝함이 섞인 오묘한 마음에서 비롯됐다. '둥이'는 재작년, 그러니까 2살 '견생' 처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처음에는 둥이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 마냥 좋았다. 하지만 막상 여행지까지 가는 과정과 도착한 후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여러 문제에 부딪혔다. 둥이는 이동하는 차 안에서부터 헥헥 대고 낑낑 대기를 반복했고, 강아지에게 좋지 않은 길을 걷을 때면 발바닥이 까져 진물이 나곤 했다. 심지어 구명조끼를 챙기지 않아 어렵게 찾은 애견 수영장에서 허탕 치고 되돌아오는 수모(?)를 겪기도.

이후 정인 씨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여행을 준비했다. 여행을 위한 기본적인 훈련부터 '어디를 어떻게 가서 무엇을 할 거다'라는 세세한 플랜까지. 지금의 '베테랑 여행견 둥이'는 가족들의 노력과, 둥이의 적응력이 빚어낸 합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작년 초가을 떠난 여행지에서 둥이와 함께한 첫번째 가족사진. 독자제공
작년 초가을 떠난 여행지에서 둥이와 함께한 첫번째 가족사진. 독자제공
처음 본 바닷가를 신나게 달리는 둥이. 독자 제공
처음 본 바닷가를 신나게 달리는 둥이. 독자 제공

◆여행을 통해 하나가 된 가족

굴러들어온 돌은 대부분 불편하다. 난 자리만큼이나 새로운 사람이 온 자리는 티가 난다. 하지만 친화력이 뛰어난 둥이는 정인 씨 가족이 되자마자 집안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했다. 복슬복슬 솜뭉치 같은 하얀 털에 까만 콩 세 개가 콕콕 박힌 것 같은 앙증맞은 눈코입. 둥이는 순식간에 엄마와 누나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반면 둥이와 아버지는 어색한 사이가 되어갔다. 주말에만 집에 오시는 아버지와 이미 다른 가족들과 친해져버린 둥이. 30년 가까이 박혀있던 묵직한 돌 아버지는, 굴러온 돌 둥이에 밀려 찬밥 신세가 돼 버렸다.

이런 둘 사이를 끈끈하게 이어 준 것은 여행이었다. 무더운 날씨도 한몫 거들었던 것이, 너무 더워 실내에만 있던 가족들을 대신해 아버지가 둥이의 산책을 담당했던 것. 처음엔 낑낑대던 둥이도 이내 아버지의 보폭에 맞춰 걸으며 돈독한 팀워크를 뽐냈다. 공유하지 못한 시간이 만들어낸 거리와 어색함은 그렇게 불과 수분 만에 사라졌다. 어색함도 사라졌겠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심정으로 정인 씨는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이곳저곳 소리 나는 곳마다 갸우뚱대는 둥이 탓에 NG가 수십 번도 넘게 났다. 그렇게 둥이와 함께한 첫 가족사진이 탄생했다.

경주의 랜드마크
경주의 랜드마크 '첨성대' 를 배경으로 멀찍이서 들어올린 둥이. 독자 제공
한옥을 따라 걷는 둥이. 독자 제공
한옥을 따라 걷는 둥이. 독자 제공

◆반려견과 함께 갈수 있는 ooo (먹거리,펜션,즐길거리)

정인 씨는 '반려견과 함께 갈수 있는 ooo' 검색에 도가 텄다. '반려견' 이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하면서 반려견에 대한 인식이 이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함께 머물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아 여행 코스를 정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대구와 가까운 경주는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 애견인 여행지로 단연 손꼽힌다.

한적하고 자연이 많은 경주에서 둥이는 뛰어다니는 건 성에도 안 차는지 펄펄 날아다녔다. 정인 씨 가족들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구석구석을 둥이와 함께 달리며 자연을 만끽했다. 골목골목 벽화와 멋스러운 한옥의 정취는 반려가족, 반려견 모두에게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선물했다. 특히 첨성대는 반려인들 사이에서 인증샷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울타리 안쪽으론 입장 불가하나 바깥에서는 충분히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첨성대 멀찍이 서 둥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 쌀쌀한 날씨 탓에 카디건을 껴입은 둥이가 코를 찡긋댄다. "둥아, 우리 자주 여행 다니자"

반려동물 이동 가방에 쏙 들어가 남해 여행을 맘껏 즐기는 둥이. 독자 제공
반려동물 이동 가방에 쏙 들어가 남해 여행을 맘껏 즐기는 둥이. 독자 제공
목줄을 단단히 매고 여행지를 둘러보는 둥이. 독자 제공
목줄을 단단히 매고 여행지를 둘러보는 둥이. 독자 제공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펫티켓'

자신에겐 귀여운 반려견이지만, 남들에게는 사고를 유발하는 무서운 개일 수도 있다. 올여름 떠난 남해 여행에서 정인 씨 가족은 '펫 티켓'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황금연휴에 떠난 남해는 어딜 가나 사람들이 북적였다. 지나가는 관광객, 차량이나 자전거 경적소리. 둥이에겐 이 모든 것이 자극이었고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관광객들도 마찬가지였다. 강아지가 물진 않을까, 내 발에 밟히는 건 아닐까. 서로가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잇따랐다. 정인 씨는 혹시나 해 챙겨온 강아지 백팩에 둥이를 집어넣었고, 다행히 둥이도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펫 티켓'이란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들이 마땅히 지켜야 할 기본적인 사항들을 말한다. 모든 공간은 반려동물 전용 여행지가 아니기 때문에, 반려견과의 여행에서는 조심해야 할 부분이 꽤 많다. '우리 아이는 안 물어요'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비매너다. 인간도 동물도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여름철, 모두가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펫티켓'을 꼭 숙지하고 실천하자.

※매일신문 독자분들의 반려동물을 자랑해주세요. 평범한 일상부터 '빵' 터지는 순간들까지. 참가 문의는 hyoni@imaeil.com으로 부탁드립니다. 반려견과의 소중한 추억을 소개해주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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