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 제재, 결국 한국 길들이기+아베의 정치 목표 달성 위한 것"

입력 2019-07-08 18:55:16

이성환 계명대 교수 인터뷰 “아베 한일 갈등 배경으로 북한 언급…자신의 선거 목표 이루기 위함”

이성환 계명대 일본학전공 교수
이성환 계명대 일본학전공 교수

"결국 이번 사태의 배경은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일본의 한국 길들이기, 한국의 성장 막기, 아베 개인의 정치 생명 유지입니다."

이성환 계명대 교수(일본학전공)는 최근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제재를 두고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고서는 급작스럽게 강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면서 그 배경에 대해 이 같이 분석했다.

이 교수는 8일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가 일본이 한국을 수평이 아닌 수직관계로 보는, 오랜 역사에서 비롯된 잘못된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 중미 관계의 축소판이 한일 관계다. 미국이 중국의 힘을 견제하는 것처럼 일본도 한국의 힘이 커지는 것을 어떻게든 막고자 하는 것"이라며 "한일 양국은 다소 오랜 기간 지속해온 힘의 수직관계가 수평관계로 바뀌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 사태가 경제 문제이면서 사실상 정치 문제라고 꼬집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개인적인 정치 성향이 크게 반영됐다는 것.

그는 "2017년 중의원 선거 당시 일본에서 여론 조사를 했는데, 선거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북한'이 '세금'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그렇다 보니 아베 정부가 선거 때만 되면 '북한 때리기'에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북미관계가 좋아지면서, 대타로 한국을 때리는 꼴이 됐다"고 분석했다.

또 "아베의 정치 생명은 곧 북한 납치자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그가 일본에서 가장 처음으로 강경하게 대응해 결국 정치 수상으로 오르게 해준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아베가 이번 제재를 통해 한국의 대북제재 이행을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일 갈등의 배경으로 북한을 끌어들인 것도 결국 자신의 정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셈"이라고 했다.

한국인 비자 발급 강화 등 일본의 추가 보복 조치 가능성을 두고, 이 교수는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가 참패하지 않는 이상 이 같은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국가 간의 갈등은 잘못 그르치면 양국에 장기적으로 심각한 경제적, 외교적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며 신중하게 해결해나가야 할 것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일본은 예전과 크게 달라진 한국의 세계적 위상을, 한국은 일본의 경제 역량에 대해 서로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과연 일본의 경제 제재를 견뎌낼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를 우선 판단해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는 소위 '맷집'을 길러야 하고, 단기적으로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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