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보복, 하반기 경기 둔화와 금융 불확실성 우려…전략산업 육성 계기로 만들어야

입력 2019-07-08 17:42:41

정부는 물론 지역 차원에서도 중ㆍ장기적 대응 전략 필요 목소리

8일 대구 시내 한 대형 일식집 외관에 일본 주류판매를 중단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8일 대구 시내 한 대형 일식집 외관에 일본 주류판매를 중단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반도체 소재의 수출을 규제하는 등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 보복조치를 단행하면서 국내 경기가 둔화하고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앞으로 부품과 소재, 장비 등 핵심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나아가 이번 분쟁이 역사를 둘러싼 갈등과 동아시아 역학관계의 변화 등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단기 해법보다 중·장기적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말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내달 중 전략물자 수출우대국 목록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투자증권은 8일 ▷국내 제조업 둔화와 수출 감소 폭 확대 ▷일본 중간재 수출 규제로 인한 반도체 생산 차질 ▷내수 경기 둔화 ▷일본 금융기업들의 한국 기업에 대한 신용 제공 축소 등을 향후 위험요인으로 제시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서 한일 갈등마저 확산될 경우 하반기 수출 회복 지연으로 인해 국내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금융시장에서 일본계 자금 이탈 불안감이 커지면 원화의 추가 하락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면서 전략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산업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문희 대구경북연구원 산업혁신연구실 연구위원은 "수출 규제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반도체의 핵심 소재로 대부분 일본에서 도입하기 때문에 수량 확보가 어려울 수 있지만 모바일 디스플레이에 사용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국내 생산업체로 수급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단기적인 수급 확보와 더불어 정부는 부품과 소재, 장비 분야의 대일 의존성을 벗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지자체는 반도체 장비와 소재 등을 생산하는 대구경북업체를 지역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당장 생산 둔화 등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국산화로 인해 지역 산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한일 갈등이 동아시아 역학 관계 변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이 부상하는 가운데 미국과 북한의 관계 개선, 한국의 정치·경제적 성장 등으로 일본의 입지가 줄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한국 때리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수출 규제가 선거를 앞둔 아베 정권의 단기적 공세가 아니라는 관측이다.

대구의 한 자동설비 생산업체 관계자는 "지역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등 주요 산업의 후방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산업 내 핵심기술과 소재가 국가 전략자산인 만큼 앞으로 정책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8일 오전 서울기업지원센터에서 한 직원이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서울기업 피해 접수 및 상담 창구 운영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서울기업지원센터에서 한 직원이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서울기업 피해 접수 및 상담 창구 운영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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