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4개 절단당하는 사고 겪어가며 어렵게 자식 넷 키웠지만 이 씨를 빼곤 모두 연락 끊겨"
"말도 못하는 딸…음식만이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김수미(가명·77) 씨는 지적장애 1급을 가진 딸 이선희(가명·50) 씨를 보기만 하면 눈물이 맺힌다. 동네 아이들이 온종일 따라다니면서 바보라고 놀려도 보살처럼 잔잔한 미소만을 띠던 5세 아이가 이제 50살이 됐다. 여전히 그녀는 어떤 놀림에도 배시시 웃기만 할 뿐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지도, 더하기 빼기조차 하지 못한다. 더구나 이 씨는 치주염을 너무 오래 방치해 치아 12개를 뽑아야 할 정도로 극심한 치통을 호소하고 있다.
◆ 수십 년 내버려둔 치주염에 음식 먹지도 못해
사실 치주염은 양치질과 정기적인 스케일링 시술로도 예방할 수 있는 잇몸질환이다. 하지만 이 씨의 치아는 수십 년 간 방치된 탓에 잇몸이 다 녹아내리고 세균이 신경과 뼈까지 침투해버렸다. 치아배열은 보기 흉할 만큼 뒤죽박죽인데다 치아 12개를 뽑아내야 할 만큼 상태가 악화됐다.
이는 평소 지적장애 1급을 앓는 이 씨가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데다, 생활고로 주기적으로 병원진료를 받지 못한 탓이다. 김 씨는 "이빨이 아프다고 울음을 터트릴때도 약만 사서 먹였다"며 "지금은 밥과 반찬을 씹지 못해 끓여서 마실 수 있는 음식으로 겨우 버티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뒤늦게 인근 복지관의 도움으로 치과를 방문했지만, 대학병원 등 상급의료기관에서 신경치료, 발치, 보철, 임플란트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치료비에는 600만 원 이상이 예상되지만 현재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 그동안 모녀는 이 씨의 기초생활수급금 70만 원과 김 씨가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 학교 급식 배급일을 하면서 근근이 살아나왔다.
하지만 김 씨가 지난해 뇌경색 판정을 받은 후로는 추가 수입마저 뚝 끊겼다. 그는 수년간 팔다리가 저리고 어지럽고 앞이 보이지 않는 현상이 지속됐지만 그저 참기만 하다 결국 지난해 12월 쓰러지고 말았다. 김 씨는 "어려운 형편에 꼬깃꼬깃 모아뒀던 비상금 500만원도 뇌경색 치료비로 다 써 버린 후라 막막하기만 하다"고 했다.
◆5세 아이 50년째 키우는 것 같아, 나 죽으면 어떡하나 생각만
김 씨의 남편은 막대한 투자금을 댔던 지인의 사업이 실패하자 당뇨와 고혈압을 앓다 갑작스레 세상을 등졌다. 당시 42세였던 김 씨는 중고등학생이었던 자식들 뒷바라지와 남편이 남긴 빚을 갚느라 온몸이 부서져라 일을 했다. 1983년 식육점에서 일할 때 골절기에 손가락이 빨려 들어가 오른손 손가락 4개가 부분 절단되는 사고까지 당했다.
김 씨는 뭉뚝한 손가락을 만지며 "당시 사고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 오히려 일자리를 뺐길깍봐 제대로 치료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았던 것이 아직도 가슴에 사무친다. 그정도로 먹고살는 일이 벼랑끝에 내몰린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천신만고 끝에 네자식을 키워냈지만 결국 김 씨 옆에는 장애인 딸만이 남았다. 첫째 아들은 어디 사는지조차 모르고, 둘째아들과 막내딸마저 왕래가 끊긴 지 10년째다. 김 씨는 "뼈 빠지게 일을 하고 집에 들어와도 자식들이 마음처럼 안 따라주니 몹시 혼을 내고 다그쳤었다"며"다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그런건데 자식들이 크면서 겉잡을 수 없이 사이가 멀어졌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 씨는 딸을 보면 항상 시냇가에 내놓은 것처럼 걱정부터 앞선다. 이 씨를 평생 책임지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에 자꾸 눈물이 난다. 그는 "냉장고 문이 열려 있어도 문 하나 닫지를 못하는 아이다. 제 때 치료를 하지 못하고 방치한 탓에 말도 제대로 못하는 것이 내탓만 같다"며 "음식이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게 제발 치아 치료를 도와달라"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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