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제 제발 정치가 경제를 좀 놓아달라

입력 2019-07-05 06:30:00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제 제발 정치가 경제를 좀 놓아주어야 할 때 아니냐"며 정부와 정치권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경제단체장들이 정부와 정치권 비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것에 비춰보면 박 회장의 '작심 발언'은 매우 이례적이다. 일본의 무역 보복 등 한국 경제가 위기로 치닫는 상황에서 나온 그의 발언에 공감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이 문 정부 들어 부쩍 심해졌다. 일본 정부의 무역 보복 조치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첨예화한 한·일 간 외교 갈등이 직접적 원인이다.

그러나 깊게 들여다보면 한국과 일본 모두 정치가 이번 사태에 깊숙하게 개입돼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달 말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국 때리기'를 통한 극우층 결집 차원에서 무역 보복 카드를 꺼냈다. 우리 정부는 "사법부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채 지금껏 일본 반발을 방치했다. 한·일 정부발(發) 폭탄 탓에 양국 기업이 피해를 당하고 경제가 충격을 받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정치로 풀어야 할 일을 풀지 못한 채 경제에 부담을 떠넘긴 한·일 정부의 책임이 크다.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에 우왕좌왕하는 정부와 서로를 비난하는 정치권에 대한 박 회장의 비판에도 공감이 간다.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야권은 "정부가 방관했다"고 비판만 쏟아낸다. 사건이 터진 뒤에야 부랴부랴 대책을 '연구'하는 정부 모습을 지켜본 국민 대다수가 전술·전략에서 일본에 진 것 아니냐고 생각할 것이다.

미·중 무역 분쟁에다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 등 악재 속출로 한국 경제가 갈수록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여기에 국내외적으로 정치가 경제를 옥죄는 일들도 비일비재하다. 종합적인 전략을 갖고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는 땜질식 처방만 내놓고 있고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정쟁에 골몰하고 있다. 정치가 경제를 놓아달라는 일침에 정부와 정치권이 뭐라고 응답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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