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공연을 위해 전국을 다니다 보면 대구는 공연하기 참 좋은 도시 라고들 한다. 그만큼 공연 인프라가 잘 형성되어 있고 공연장들도 소극장에서부터 대극장까지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자생적으로 형성된 대명공연거리는 서울의 대학로 다음으로 소극장들이 밀집된 곳이기에 공연문화의 도시를 표방하는 대구로선 그 잠재력이 무한한 곳이 아닐까 생각된다.
대구 남구에 위치한 대명공연문화거리가 형성되기 전 계명대학교의 이전으로 학교 주변상권들이 침체된 상태였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에 문화적 향수가 있는 곳이라 2010년에 접어들면서 소극장뿐만이 아니라 극단, 오페라단, 인디밴드 등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과 단체들이 들어서게 되면서 특정기능의 집적화된 예술거리로 거듭나게 되었고, 이 지역을 공연 특화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 지금은 20개에 가까운 소극장들이 운집해 있는 명실상부한 소극장 거리가 됐다.
그러나 최근 대명공연문화거리가 소극장은 참 많은데 제대로 기능을 하는 소극장이 있는지, 소극장마다 공연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지, 각 단체마다 콘텐츠는 계속 생산되고 있는지, 관객은 소극장을 찾는지, 도심 관광과 연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대명공연거리를 형성하는데 그것도 10년이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나 많은 기대가 있는 듯하다. 애초에 자생적으로 형성된 곳은 그 발전의 속도가 더딘 편인데 최근 들어 대구시의 지원이나 남구청의 도시 재생사업이 진행되면서 빠른 발전과 변화를 원하고 있고 당장의 결과물을 기다리는 초조함마저 들 정도이다. 지금까지 연극과 소극장의 활성화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세미나를 열고 여러 방안을 모색해 왔지만 그러한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개선 상황은 미미하거나 오히려 퇴색되고 있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마저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답답한 것은 예술가 본인들일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극장의 가동률을 올리고 좋은 작품을 만들며 이곳을 대한민국 공연문화의 메카로 만들자." 이제 관계당국은 환경이 조성되었으니 앞으로 10년은 소극장을 살리는데 집중적으로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소극장이 살아야 이곳 대명공연거리가 살고 대구 연극이 발전되고 공연도시로서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들도 외형의 틀을 갖추는 것에서 벗어나 내실을 다져야 할것이다. 작품의 질을 높이고 배우, 극작가들을 양성하고 공연에 필요한 스텝들의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 술잔을 기울이며 왜 관객이 없을까 한탄만 하기보다 질 높은 공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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