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데미안/헤르만헤세/ 코너스톤/ 2017/민음사

입력 2019-07-03 14:01:34

“만남이 삶을 결정한다”

1877년 독일 남부 도시 칼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헤르만 헤세는 파란만장한 청소년기를 보낸다. 시계 공장 수습공으로 일하며 글을 써서 1899년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들', 1904년 첫 소설 '페터카멘친트'를 발표했다. 이후 청소년들의 방황과 좌절을 섬세하게 묘사한 '수레바퀴 아래서', 소년이 참된 자아를 찾아가는 여로를 담은 '데미안' 등, 자신의 길을 찾는 작품들을 발표했고, 1943년 '유리알 유희'를 출판, 46년에 노벨 문학상과 괴테 문학상을 수상했다.

'데미안'은 주인공 싱클레어가 프란츠 크로머라는 바깥세상의 친구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 된다. 외톨이가 되기 싫어 거짓말을 꾸며댄 것이 소년이 세상에 나와서 맞이하는 첫 고통이 되었다. 과수원에서 친구와 사과 한 자루를 훔쳤다는 이야기를 꾸며냈다. 프란츠 크로머가 맹세할 수 있냐고 몰아 부치는 바람에 맹세까지 한다. 크로머는 과수원 주인에게 이르거나, 경찰서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한다. 알려주는 자에겐 2마르크를 주겠다고 하니 그 돈을 나에게 주면 넘어가겠다고 한다.

여숙이 작
여숙이 작 '새로운 만남'

이야기를 꾸며냈지만 맹세까지 했으니 돌이킬 수 없고, 무마하기 위해 할머니의 고장 난 은시계를 건네지만 통하지 않는다. 돈이 없다고 해도 받아들이지 않아 고민에 빠진다. 집안에 있는 저금통을 부수고 65페니를 전하지만 다 가져오라고 한다. 나머지 1마르크 35페니는 언제 줄 거야라며 계속해서 괴롭힌다. 100년 전 독일에서도 이런 학폭이 있었다.

그러던 중 라틴어 학교에 새로운 학생이 들어온다. 부유한 집 아들로 학년이 높은 데미안. 그는 어른스럽고 신사다우며 완벽해 보였다. 합반 수업을 하면서 개성이 있고 특별해 보이는 점에 관심을 갖게 된다.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두려워하는 크로머를 가까이 오지 못하게 떼어내 준다. 그러나 그것은 평생 마음의 부담이 된다. 그리하여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내면 깊숙이 들어와 앉았다.

기숙사 생활이 시작되면서 알폰스 베크를 알게 되고 새로운 환경에 젖어들며 술을 접하고 성에 눈 뜬다. 교사 위원회의 경고도 받고 퇴학위기에 처한다. 그때 이상형인 베아트리체를 만나게 되면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간다. 베아트리체의 그림에 매료되어 그림을 그리고 새를 그려 데미안에게 보낸다. 답장에 "새는 알에서 나오려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라고 쓰였다. '데미안'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어 이 소설을 읽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아는 명구다.

방학이 되어 데미안의 집을 찾고 '에바부인'을 만난다. 그녀는 낯설지 않은 꿈속의 여인이었고 모성애, 엄격함, 아름답고 매혹적인 존재였다. 그들의 만남은 운명적이고 가족 같은 관계로 이어진다. 러시아와 독일의 전쟁이 시작되어 데미안은 전쟁터로 나가고, 싱클레어도 부상을 입어 병상에서 만난다. 그는 언제나 마음속에 있으면서 길을 인도하는 지도자였다.

누구에게나 운명적인 만남이 있다. 그 사람은 내게 길을 인도 할 수도 있고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다. 만남이 삶을 결정한다는 생각이 스쳐간다. 그러나 결국은 '나'로 바로 서야 하는 것이 삶이다. 그 바로서기는 위선과 가면의 껍질을 깨는 것이다. 나의 진심이 드러날 때 아름다운 만남이 찾아온다. 성장기 소년이 아니라도 나는 지금 나를 깨우쳐 줄 그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여숙이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