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공상적 현실 인식을 또 한 번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판문점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서상의 서명은 아니지만"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판문점 회동'이 사실상의 종전 선언이란 평가를 내린 것이다.
비약도 이런 비약이 없다. 판문점 회동에서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 그렇게 견강부회할 수 있는 단어조차도 나오지 않았다. '사실상의 행동'이란 표현도 그렇다. 판문점 회동은 냉정하게 말해 재선을 앞두고 북핵 문제에서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와 핵 능력도 보전하고 대북 제재 완화도 노리는 김정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깜짝 쇼'이다. 그런 점에서 판문점 회동이 적대관계를 끝내고 평화시대를 시작하는 '사실상의 행동'이란 해석은 아무리 양보해도 지나치다.
이는 판문점 회동의 결과로도 뒷받침된다. 실무 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것이 전부다.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동 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협상"이라고 한 데 이어 1일에는 김정은과 만남에 대해 "곧 보기를 고대한다"면서도 "서두르지 않는다"고 했다. 실무 협상에서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나와야 차기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소리다.
문 대통령의 말잔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판문점 회동을 "기존의 외교 문법 속에서 생각하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며 "중대한 국면의 해결을 위해서는 상식을 뛰어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맹자(孟子)가 말한 피음사둔(詖淫邪遁·번지르르한 말)의 전형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은 공상(空想)이자 망상(妄想)이다. 우리에게 그 현실이란 북핵의 위협이다. 이런 현실이 그대로인 한 적대관계의 종식도 평화시대의 시작도 모두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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