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더 키움 김종언 작가 작품전 '밤새'

입력 2019-07-03 11:16:18

김종언 작
김종언 작 '밤새…상인동'

"눈 내리는 하얀 밤 얼기설기 얽힌 골목길. 동 트기 전 신문을 배달하는 소년의 바쁜 걸음처럼 나는 정신없이 골목길 모퉁이를 돌고 돌아 발자국을 남긴다. 언제 그칠지 모를 눈과 이내 꺼져버릴 가로등 불빛이 아쉬워 쉴 새 없이 움직여 보지만 그 새벽은 짧기만 하다."(작가 노트 중에서)

일전에 김종언 작가의 초대전을 가본 적이 있다. 한겨울밤 도시 한 켠의 적막한 구역에 가로등만이 골목길을 비추고 있던 그 화면에 내리던 하얀 눈송이는 기억에서 좀체 지울 수가 없다. 분명 겨울임에도 보는 이의 마음에 전해오는 따뜻함은 계절의 냉기를 싸잡아 몰아내고 있었다. 상반된 두 느낌을 한 화면에서 느낄 수 있다니…. 그 때의 감동이 아직 생생한데.

눈 내리는 밤의 마법사 김종언 작가가 갤러리 더키움에서 스물두 번째 작품전 '밤새'를 열고 있다.

이번에도 김 작가의 오브제는 겨울밤, 적막, 하얀 눈, 홀로 불을 밝히는 가로등이다. 그 나머지 오브제는 그냥 소품에 불과할 뿐이다. 모두가 잠든 겨울밤 골목길에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가운데 마치 팅커벨이 요술봉을 갖고 이곳저곳 날아다니며 가로등에 불을 밝히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동화 같은 장면이다. 전시된 작품 30편은 동화 30편과 다름 아니다. 관람자는 작품마다 나름의 추억과 동화 한편을 순식간에 떠올리고 지을 수 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하여튼 김종언 작가의 눈 내리는 겨울밤 풍경은 아늑한 기시감과 함께 따뜻한 이불 속에서 꿈나라로 향하는 나그네의 길라잡이와도 같다. 전시는 8월 31일(토)까지 열린다. 무더위 속 심신이 지칠 때쯤이면 한번은 관람할 작품전이다. 문의 053)561-7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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