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조국집권플랜'

입력 2019-07-02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첩을 통해 인물을 발탁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감명 깊게 읽은 책의 저자를 발탁하는 경우가 많다. 대통령의 독서가 인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독서 인사'란 말까지 나온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보좌관 등 많은 인사가 이런 방식으로 문 대통령 부름을 받았다.

문 대통령의 '독서 인사' 원조는 조국(曺國)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2010년 책 '진보집권플랜'을 낸 조 수석은 이 책을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던 문 대통령에게 보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문 대통령이 정계 투신 여부를 두고 고민하던 시기였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책 '운명' 끝자락에 '진보집권플랜'을 "아주 좋은 책"이라고 칭찬했다. 2015년 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혁신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조 수석을 발탁했다.

'진보집권플랜'은 이명박 정권이 한국 사회를 10년 전으로 되돌려 놓은 것으로 진단하고 정권에 대한 비판과 분노 표출은 물론 김대중·노무현 두 정부를 평가한 대담집이다. 2012년 혹은 2017년을 대비해 진보가 집권하기 위한 플랜과 함께 집권했을 때 써야 할 정책이 분야별로 망라돼 있다.

조 수석의 그동안 행보에 대한 연원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책 곳곳에 담겨 있어 흥미롭다. 조 수석은 "5년 임기 대통령 경우 3년이 지나면 레임덕이 온다. 따라서 초기 1, 2년 내에 진보를 위한 '제도적 말뚝'을 박아야 한다"고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 검경수사권 조정 등 조 수석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사안들이 오래전부터 그의 뇌리에서 잉태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조 수석의 '제도적 말뚝'은 노 전 대통령의 '대못'과 닮았다. 조 수석 자신도 "노 전 대통령은 '대못'이라고 했는데 나는 '말뚝'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법무부 장관 기용설이 나오는 조 수석을 두고 "문 대통령이 조 수석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조 수석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각별한 애정을 생각하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도 아닌 것 같다. 문 대통령의 머릿속에 '조국집권플랜'이란 책이 이미 들어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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