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일부 지자체 수억원 들인 조형물 잇따라 철거…예산 낭비 비판 거세

입력 2019-06-28 17:34:33 수정 2019-06-29 00:46:26

포항, 청송 한치 앞 못내다본 행정

은빛풍어
은빛풍어

경북 포항을 비롯해 경북의 일부 지자체가 거액을 들여 설치한 조형물 등을 잇따라 철거하거나 철거할 방침이어서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포항시는 최근 회의를 열고 포항공항 입구에 설치한 가로 11m, 세로 16m, 높이 10m의 꽁치꼬리 형상인 '은빛풍어' 조형물(매일신문 25일 자 9면)을 철거하기로 했다. 이 조형물은 지역 특산물인 과메기 홍보를 위해 2009년 3억원을 들여 제작됐지만 흉물스럽다는 여론이 쏟아지자, 이 같이 결정한 것이다.

앞서 2014년에도 15억원을 들여 북구 흥해읍 도음산 수련원에 청와대를 본 따 만든 드라마 '불꽃 속으로' 세트장도 부실공사로 인해 안전 점검 결과 위험등급(E)을 받게 되자, 2016년 해체했다. 당시 철거비용만 6천만원이 들어갔다. 해당 세트장은 포스코 창업주인 박태준 일대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포항시가 예산을 지원해 건립됐다.

포항시는 또 2007년 영일대해수욕장 앞바다 위에 최대높이 120m의 물줄기를 쏘아 올리는 고사분수를 16억원이나 투입해 설치했으나 염분과 파도 등으로 인한 잦은 고장으로 연간 수억원의 유지보수비가 들어가자 10년 만에 철거한 바 있다.

청송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청송군은 2012년 경북북부연구원이 1천100만원을 들여 청송읍 공용주차장에 설치한 외씨버선길 조형물을 이달 초 철거했다. 경북북부연구원은 외씨버선길 관리 등으로 청송군으로부터 연간 1억2천500만원을 지원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이 조형물도 청송군 예산으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철거에 대해 청송군은 조형물에 대한 끊이지 않는 민원을 이유로 들었다.

조형물의 위치가 외씨버선길 출발점이나 그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사용하는 공용주차장 한편을 떡하니 차지해 주민 불편을 일으켰다.

또한 조형물의 외형이 도자기 조각을 붙여 제작했기 때문에 파손이 잦아 주변이 늘 지저분했고 파손된 조각이 날카로워 안전사고의 위험도 있었다. 특히 이 조형물 근처에는 인근 용전천변에 놀러온 관광객까지 쓰레기를 마구 버려 주민들의 골칫거리로 여겨졌다.

현재 청송군은 이 조형물에 대한 재설치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지자체의 잘못된 판단으로 거액의 예산을 들여 조형물 등의 시설물을 만든 뒤 또다시 예산을 들여 철거하는 일이 잇따르자, 시민들의 소중한 세금을 이중으로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당 지역민들은 "처음부터 제대로된 조형물을 설치하고 조형물 위치도 잘 선정했더라면 설치와 해체 등에 이중으로 세금이 낭비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지자체가 조형물을 세울 때는 치적이라고 대대적으로 자랑하더니, 없앨 때는 누구 하나 책임을 지는 공무원이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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