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구적십자병원 원장
해방 다음 해인 1946년 10월 1일 '남조선 노동당'이 대구에서 폭동을 일으킨다. 쌀을 달라는 핑게로 사람들을 죽이며 정부 전복을 기도했다. 해방 뒤 가난한 나라에서 노동자 농민 못지않게 굶주리던 하급 공무원 특히 경찰 공무원들이 혹독한 살육 당했다. 심지어 그들의 가족들 마저도 몽둥이에 맞아 죽거나 죽창에 찔려 죽었다. 이런 무지막지한 수법 탓에 원래 공산당의 본산인 대구인데도 시민들이 호응하지 않았다. 대구가 최초로 남한의 공산당 혁명 기도를 저지한 것이다. 실패한 그들은 지리산으로, 이북으로 각자도생(各自圖生)을 하게 된다. 반란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남로당은 북로당 김일성과 힘을 합쳐 1950년 6월 25일 나라 전체를 향해 본격적인 난리를 일으킨다. 임진왜란의 재판이었다. 김일성의 난이 일어나자 대통령은 수원으로 재빨리 도망가고 한강 다리를 끊어 버린다. 뒤늦게 피란을 나선 서울 시민들은 일부는 한강에 빠져 죽고 나머지는 본의 아니게 서울 시내로 돌아와 북한군에 부역하게 된다. 서울을 수복했을 때 이들 중 많은 사람이 부역죄로 목숨을 잃는다. 단숨에 주력이 낙동강에 도달한 북괴군은 선발대를 대구 무태(無怠)까지 보낸다. 또다시 대구가 조국의 공산화를 막는데 큰 역할을 맞는다. 대구 동촌 비행장은 북으로 출격하는 전투기의 이착륙으로 활주로가 불이 나고 삼덕동 '카다쿠라(편창,片倉)' 제사공장에서는 신병 훈련에 정신이 없었다. 종각 공원 옆에 있던 육군본부와 대봉동에 있던 미8군이 드디어 북한군을 몰아내고 압록강까지 연합군이 진격한다.
일제 강점기로부터 한국전쟁까지 신병 훈련소로 떠나는 만촌동 고모령(顧母嶺)의 이별은 슬프다. "어머님의 손을 놓고 떠나 올 때엔/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가랑잎이 휘날리는 산마루턱을/넘어오던 그 날 밤이 그리웁고나./맨드라미 피고 지고 몇 해이던가/물방앗간 뒷전에서 맺은 사랑아/어이해서 못 잊는가 망향초 신세/비 내리던 고모령을 언제 넘느냐."-유호 작시, 박시춘 작곡, 현인 노래(1948년)
적은 무태를 떠나 시산인해(屍山人海)의 다부재를 넘고 낙동강을 건너 북으로 도망을 간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원한이야 피에 맺힌 적군을 무찌르고서/꽃잎처럼 떨어져 간 전우야 잘 자라/우거진 수풀을 헤치면서 앞으로 앞으로 추풍령아 잘 있거라. 우리는 돌진한다/ 달빛 어린 고개에서 마지막 나누어 먹던 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야. -전우야 잘 자라. 유호작사, 박시춘 작곡, 남인수 노래.(1950년)
한국 전쟁이 휴전되었다(1953년 7월 27일). 폐허의 땅에 먹고 사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조반석죽(朝飯夕粥)의 시대였다. U.N에서 우유와 밀가루를 공급하여 겨우 아사는 면하였다. 대구는 섬유와 능금농사로 기사회생의 길을 가고 있었다.
"능금 능금 대구능금 이 나라의 자랑일세/ 너도나도 손을 잡고 힘을 다해 배양하세/에에헤 좋고 좋다. 에에헤 좋고 좋다. 능금 노래를 불러보자"-'대구 능금의 노래', 이응창 작사, 권태호 작곡(1949년).
대구는 능금을 대만에 갖고가 바나나로 바꾸어와 한국민의 입을 즐겁게 해주었다. 안정기에 들어가자 '대구 시민의 노래'가 제정되었다.
"팔공산 줄기마다 힘이 맺히고/ 낙동강 구비 돌아 보담아 주는/질펀한 백리벌은 이름난 복지/그 복판 터를 열어 이룩한 도읍/우리는 명예로운 대구의 시민/들어라 드높으게 희망의 불꽃.-대구 시민의 노래 -백기만 작사, 유재덕 작곡(1955년)
5,60년대는 대구와 경북이 합쳐 있던 때라 경북과 대구에서 능금노래와 시민의 노래를 모르면 간첩 취급받았다. 애들은 고무줄 하면서도, 청소하면서도 이 노래를 불렀다. 요즘은 왜 이런 노래를 안 부르는 걸까? 향토 출신 대통령 다섯 명이 암살당하고 사형선고 받고 교도소에 잡혀가 있는 탓에 신명이 준 탓일까?
(이번 글로 연재를 마칩니다. 일년 반 동안 졸고를 읽어 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전 대구적십자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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