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김해신공항 재검토는 악마의 이간질

입력 2019-06-26 11:33:22 수정 2019-06-27 11:52:17

갈등 지향형인 文대통령 리더십
PK 표 얻으려 TK 버리는 카드로
국민 일부의 희생 강요하는 정책
‘분열의 대한민국’에 맞서 싸워야

천영식 KBS이사
천영식 KBS이사

역사 발전의 주체는 대중이라고 하지만, 주요 역사적 사건에는 항상 권력의 힘이 작용한다. 그래서 우리는 유능한 지도자를 뽑으려 고민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지켜본 정치 지도자의 유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갈등 지향형이고, 다른 하나는 통합형 리더십이다. 갈등 지향형은 끊임없이 대중을 갈라치기 하고, 통합형은 대중의 힘을 모으는 데 고민한다. 갈등 지향형은 현재보다 미래를 강조하고, 현재의 고통은 '불가피한 통과의례'라며 갈등을 증폭시킨다. 우리 역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갈등 지향형으로 보인다. 그나마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통합 지향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3년 전인 2016년 6월 21일 김해신공항 결정이 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그중의 한 명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어려운 결정을 잘 내렸다. 박근혜 정부 아래서 이뤄진 가장 책임 있는 결정"이라고 극찬했다.

한국인들은 결정 장애를 갖고 있다. 그래서 프랑스인이 대타로 투입돼 내린 결정이었는지 모른다. 결정을 주도했던 장 마리 슈발리에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수석 엔지니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비용과 안전을 따져 오류 없이 결정했다.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때 결정은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푸는 것 같은 짜릿함이 있었다. 가덕도와 밀양이 첨예하게 갈등을 증폭시키는 상황에서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예상치 못한 제3의 대안이 나온 것이다. 당시 정부에서 일하고 있었던 필자는 김해신공항 결정이 어떤 반응을 나타낼지 예의주시했지만, 심상정 대표의 말대로 여론이 대체로 칭찬하는 분위기여서 안도했던 기억이 있다. 적어도 국가를 망치게 하는 갈등 지향형 결정은 아니었다.

두 달 전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당시 차관으로 있으면서 슈발리에의 결정을 뒷받침한 김해신공항 전도사였다. 그는 정치권과 각종 단체를 뛰어다니며 김해신공항 결정의 타당성을 설명했다. 그가 문재인 정부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됐어도, 김해신공항 결정을 번복했을지 궁금하다. 그랬다면 대한민국 공무원은 쓰레기 집단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는 장관에 오르지 못했고, 문재인 정부는 정치인 장관 아래에서 김해신공항을 번복하는 '정치적' 결정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이 정부가 김해신공항 논란을 다시 끌어낸 것은 정치적 득실 셈법의 결과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PK(부산경남) 표를 얻기 위해 TK(대구경북)를 버리는 게 정치적으로 득이라고 결론 냈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정부는 최후의 한 가지 명분도 자신하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여전히 여론의 지지를 받는 일이라고. 적폐 청산으로 여론을 몰아가면 된다. 그래서 대구는 이 정부가 짜놓은 프레임 전쟁의 희생자가 될 것이다. 정부가 갈등 지향형 결정을 내린 게 아니라 TK 사람이 이기적인 것으로 둔갑할지 모른다. 그런 전쟁에 TK 사람들이 내몰리고 있다.

여차하면 국민 일부도 버리고 갈 수 있다는 정치적 결정은 갈등형 리더십의 최절정이다. 북한의 김정은이 평양 사람만 끌어안고 함경도 사람을 방치하듯이, 이 정부는 TK 사람을 버리는 것인가. 적의 침입을 받아 국토와 국민의 일부라도 떼 줘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인가. 역사상 유례없이 국민 일부의 희생을 강요하는 비겁한 결정이다.

신공항과 관련한 투쟁은 시작부터 정신 무장을 제대로 해야 한다. 우리는 TK를 위해서 싸우는 게 아니라 이 나라 분열을 막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TK가 희생양이 되면 다음은 충청도로 강원도로 넘어갈 것이다. 국민 일부는 언제든지 정권의 셈법에 희생양이 될 것이다. '분열의 대한민국'에 맞서는 '완전한 대한민국'의 싸움이다. 당당하고 강하게, 분열을 혐오하는 모든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 싸워야 한다. 정치권의 버림받은 대한민국 불쌍한 국민을 구하는 일이다.

천영식 KBS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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