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거쳐 당선 무효 위기 극복, "시민들에게 송구하다"
IB 프로그램 등 교육 혁신에 박차, 기회 된다면 교육자로 남고파
"사업을 하던 때에도 선생님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교사 출신이어서 그랬던 걸까요? 원래 내가 있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대구 교육이 발전할 수 있도록 더 힘쓰겠습니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의 표정은 밝았다. 취임 1주년을 맞아 매일신문과 진행한 인터뷰 자리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국제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 도입 문제도 차분하게 설명했다.
강 교육감은 최근에서야 무거운 짐을 내려놨다. 그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지방교육자치법을 위반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아 당선 무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지난 5월 열린 항소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고 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취임 이후 줄곧 부담을 주던 굴레를 가까스로 벗은 것이다.
그랬기에 강 교육감의 얼굴에선 홀가분함이 느껴졌다. 그는 "1심에서 제대로 판단 받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 항소심에서 사실 관계가 밝혀져 다행"이라며 "일부 소명되지 않아 아쉬운 점은 있으나 재판부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대구시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대구시민들께 죄송하다. 교육 수장으로서 많은 이를 보듬어야 하는데 오히려 보살핌을 당한 느낌이 들어 더 민망하다"며 "재판을 받는 중에도 흔들림 없이 제자리를 지켜준 선생님과 교육공무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강 교육감이 역점을 두고 있는 정책 중 하나가 IB 프로그램 도입이다. IB는 핵심 개념을 이해하고 탐구 학습과 과목 간 연계 학습 등을 진행하며, 과정 중심의 논·구술형 평가를 실시하는 것이다. 주로 서구 일부 국가에서 활용 중이다. 최근엔 일본도 IB를 도입했다.
IB가 공교육에 긍정적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게 강 교육감의 생각이다. 앞으로 교재, 평가 자료, 연수 자료 등 IB 프로그램을 한국어화해 보급한 뒤, 2024년 고교에서 IB 프로그램을 이수한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그는 "기존에 교사 주도, 주입식 수업을 바꿔 보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제대로 뿌리내리진 못했다. 일부 과목 위주로 진행된 데다 체계화되지 못한 탓이다"며 "교육과정 재구성, 수업 변화, 평가 혁신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갖추고 전 과목에 걸쳐 변화를 준다는 게 IB의 장점이다. 교실과 학교가 바뀔 것이다"고 설명했다.
강 교육감이 대구 교육의 비전으로 내세운 것은 '미래를 배운다, 함께 성장한다'이다. 그가 IB를 강조하는 이유다. 다만 서두르지 않고 연수와 연구 등 각 단계를 밟아 현장에 도입하기로 했다. 또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수학체험센터와 기초학력센터를 구축하고, 특수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신경을 쓸 방침이다.
강 교육감의 이력은 다양하다. 젊은 시절 교직에 몸담았고, 국회의원과 여성가족부 장관을 맡는 등 정치 경력도 있다. 가족과 사업을 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강 교육감이 임기 후 다른 자리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강 교육감은 "다양한 경험이 폭넓은 시야를 갖게 해준다. 틀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한다"면서도 "기회를 준다면, 시민들이 선택해주신다면 이 길을 계속 걷고 싶다. 교육이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게,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