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승객 불안감 덜기 위해 시작한 꽃택시, "승객들 꽃길만 걸으시길"

입력 2019-07-07 17:50:09

SNS 등에 ‘대구 꽃택시’ 유명세, 먼저 알아보는 손님들까지 있어

최근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최근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대구 꽃택시' 기사 오정환 씨는 "여성 승객들이 안심하고 탈 수 있도록 꽃택시를 운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우정 기자

"늦은 심야에 혼자 택시를 타는 여성들은 보통 차 번호를 찍거나 내릴 때까지 지인에게 통화하는 등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군요. 여성들이 좀 더 편안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꽃과 LED 조명으로 택시 안을 꾸몄습니다."

6일 중구 반월당에서 '대구 꽃택시' 문을 열자 은은한 꽃향기 속에 자동차 천정을 가득 채운 꽃과 LED 조명이 눈에 확 들어왔다. 이내 운전기사 오정환(51) 씨가 환한 미소로 맞았다. 조형꽃으로 차량 내부를 가득 꾸민 이 택시는 최근 SNS 등을 통해 '이색 택시'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대구 꽃택시'다.

오 씨는 "꽃택시를 타고 SNS에서 봤다며 신기하다는 듯이 사진을 찍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많다"며 "다음에 또 이용하고 싶다며 명함을 받아가는 손님부터, 직접 전화를 통해 택시 이용을 문의하는 손님이 매일 서너 명은 된다"고 했다.

그는 4년여 전 불경기 탓에 본업이던 철거·고철수집일을 접고 택시업에 뛰어들었다. "택시 운전대를 잡고 한 달여 간 운행해보니 밤에 혼자 타는 여성들이 유독 불안해했어요. 그러다 택시 내부를 꽃으로 가득 채워보면 어떨까 생각했지요."

오 씨는 "전기관련 기술도 갖고 있어 모든 작업을 직접 할 수 있었다"며 "승객 중에는 혹시 꽃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어 생화(生花) 대신 조화(造花)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꽃택시를 탄 손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불안해하던 여성들은 물론 다른 손님들도 뜻밖의 이벤트를 선물 받았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는 것.

오 씨는 "특히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위해 대구공항으로 가는 길에 꽃택시를 탄 신혼부부가 마치 자신들을 위해 준비된 웨딩카를 타는 느낌이라며 좋아했던 게 기억이 남는다"고 했다. 또 "결혼 20주년을 맞이해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부부가 탄 적도 있었는데 '특별한 날 특별한 이벤트를 선물 받은 것 같아 의미가 컸다'며 고마움을 전해 보람을 느꼈다"고 환하게 웃었다.

최근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최근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대구 꽃택시' 기사 오정환 씨는 "여성 승객들이 안심하고 탈 수 있도록 꽃택시를 운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우정 기자.

물론 평가가 좋은 손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술에 취한 진상 승객이 꽃을 잡아 뜯거나 괜한 시비를 걸어오는 때도 있었다고 했다.

오 씨는 "6개월마다 한 번씩 꽃장식을 새롭게 바꾼다"며 "지친 일상 속에 꽃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잠깐이나마 즐거움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앞으로도 꽃향기와 즐거움을 승객에게 전하기 위해 계속 달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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