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 하양무학로교회 제1호 결혼식 커플, "소박하지만 의미있고 축복받은 결혼식"
"작지만 아름다운 하양무학로교회에서 가족만 참석한 가운데 편안하면서도 의미 있는 결혼식을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신랑 이종원(30) 씨와 신부 김빛고을(28) 씨는 22일 오후 경북 경산 하양무학로교회에서 의미 있는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이날 참석자는 양가 부모님, 신랑의 여동생, 신부의 오빠 등 가족 8명과 결혼 예배를 인도한 목사 부부가 전부였다.
이날 결혼식은 50㎡(15평) 안팎의 하양무학로교회 예배당에서 치러진 제1호 결혼식. 일반 결혼식장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조명이나 꽃장식, 요란한 웨딩마치나 축가도 없었다. 하지만 신랑, 신부와 가족들 모두 예식 내내 행복한 듯 환하게 웃고 있었다.
신랑은 평소 입던 양복을 차려 입었고, 신부는 몽골에서 사 온 비싸지 않은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이날 신부의 웨딩드레스는 '결혼식에서 하얀 원피스를 입겠다'는 딸을 위해 어머니가 몽골에서 사 온 것이었다.
이들이 이곳에서 작은 결혼식을 하게 된 것은 둘 다 교회에 다니는 교인이기도 했지만, 겉치레에 치중한 결혼식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들만을 위한 작고 검소하지만 의미 있는 결혼식을 갖고 싶어서였다.
이들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알게 된 대한민국의 대표 건축가' 승효상 이로재대표가 설계한 하양무학로교회를 결혼식장으로 선택했다. 시골의 아주 작은 교회지만 교회 본질에 충실하게 지으려 한 것처럼 결혼과 결혼식이라는 본질에 충실하고 싶었던 자신들의 생각과 같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포항 한동대 캠퍼스 커플로 5년간 연애 끝에 결혼하게 됐다. 대구 출신인 이 씨는 오는 9월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정치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할 예정이고, 투자회사에 근무하는 김 씨는 전남 광주가 고향이고 인천에서 자랐다.
신부 김빛고을 씨는 "일반적인 결혼식은 워낙에 획일화·대형화돼 있고 비용 지출도 굉장히 많은 것이 현실"이라면서 "평소 생각했던 대로 가족들과 편안하지만 의미 깊은 결혼식, 부수적인 것이 없는 결혼식을 치루고 싶었다"고 했다.
신랑 이종원 씨는 "양가 부모님이 우리 뜻을 존중해 흔쾌히 승락해 주셔 아름다운 이 교회 예배당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고 감사해 했다.
이날 포항 '그의 나라교회' 이상용 목사의 인도로 1시간 정도의 결혼 예배는 아주 단출하고 소박했지만 예식이 진행되는 내내 예배당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의 물결이 예식을 더욱 경건하고 의미 있게 하면서도 마치 한 줄기 축복을 내려주는 듯해 보였다.
신랑의 아버지인 이용세(60) 대구 율하소망교회 목사는 "작은 교회에서 예식을 치루겠다는 말을 듣고 살짝 고민도 했는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신부의 어머니 김미경(59) 씨는 "몽골에서 사 온 신부 드레스가 결혼 비용의 전부였다"면서 "오늘 작은 결혼식을 올리면서 내 어릴적 소꿉놀이를 했던 사무치게 그립던 그 시절이 떠오르는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하양무학로교회 조원경 목사는 "우리 교회를 앞으로도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과 힘들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개방할 계획"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