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신당이 꿈틀거리고 있다. 태극기 집회를 이끌고 있는 대한애국당과 자유한국당 친박계 탈당 국회의원이 손을 잡고 신당을 창당한다고 밝혔다. 친박계 4선인 홍문종 의원이 한국당을 탈당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홍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TK(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당보다 태극기 신당이 (내년 총선에서) 더 유리하다는 민심이 있다. (이런 민심이) 서울에 북상하면 태극기 신당 공천받는 게 한국당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다"며 TK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는 태극기 신당을 두고 2008년 18대 총선에서 소위 '대박'을 친 친박연대를 떠올리고 있다.
2008년 18대 총선 즈음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공천은 친이계가 진두지휘했다. 공천에서 친박계가 대거 탈락하자 국회의원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비분강개해 "살아서 돌아오라"며 힘을 실었다.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계 의원들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친박연대 또는 친박 무소속 이름으로 한나라당 후보와 맞붙었다. TK 민심은 오락가락했다. 한나라당 후보와 탈락 친박 후보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였다. 박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친박 후보 지원도, 한나라당 후보를 돕기도 애매모호했다. 선거 기간 달성에 칩거했다.
그런 박 전 대통령이 선거일을 16일 앞둔 3월 24일 한마디를 던졌다.
매일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분들은 당을 나가고 싶어서 나간 게 아니라 쫓겨나서 그렇게 한 것이다. 다시 들어와야 한다." 소위 복당 허용 발언이었다. 한마디의 힘은 컸다. 갈팡질팡하던 여론은 급속히 친박 후보로 쏠렸다.
대구경북에서 친박연대 후보자 4명(박종근·홍사덕·조원진·김일윤)이 당선됐고 전국적으로 6명이 배지를 달았다. 친박 무소속 후보도 5명이 등원했다. 더 놀라운 건 정당 득표율이었다. 친박연대는 13.2%를 얻어 한나라당(37.5%), 민주당(25.2%)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득표율을 얻었다. 비례대표 54석 중 8석을 차지했다.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정당이었고, 일부 후보들은 '짝퉁 친박' 논란을 일으켰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사실상 한나라당 차기 대권 후보였던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민심이 만들어낸 성적표였다.
지금은 어떤가? 태극기 세력이 중심이 된 대한애국당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거둔 성적표는 초라했다. 대구경북에서 얻은 정당 득표율이 1%를 조금 넘었다. 보수 분열의 비난을 감수하고 태극기 신당이 친박연대 이상 성과를 내려면 박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을 돕는 게 아니라 자칫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친박연대만큼 성공을 거둔다고 가정하자. 십수 명의 국회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을 청와대에 다시 모실 수 있나? 그렇지 않으면 명예 회복이라도 가능한가? 정치인이 당을 만들고 선거에서 후보자를 내는 건 자유다. 다만 무엇을 위한 신당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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