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비상금·부모 용돈…'10살 5만원권'이 만든 신풍속도

입력 2019-06-19 17:48:21 수정 2019-06-19 20:47:03

지난달 기준 누적환수율 50%, 1만원권 99% 비해 크게 낮아…경조사비 인플레이션 지적도

19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서 한 직원이 5만원권 지폐를 세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19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서 한 직원이 5만원권 지폐를 세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23일로 5만원권이 발행 10주년을 맞는다. 10년이 지난 현재 10만원권 자기앞수표는 거의 자취를 감췄고, 경조사비 봉투엔 1만원권보다 5만원권이 더 많이 쓰이게 됐다. 연합뉴스
23일로 5만원권이 발행 10주년을 맞는다. 10년이 지난 현재 10만원권 자기앞수표는 거의 자취를 감췄고, 경조사비 봉투엔 1만원권보다 5만원권이 더 많이 쓰이게 됐다. 연합뉴스

#대구 북구의 박모(42) 씨는 이달 초 지인 자녀 결혼식에 참석해 축의금 5만원을 전달했다. 12년 전 박 씨가 결혼할 때 이 지인으로부터 받은 금액은 3만원이었다. 당시 받은 금액을 그대로 돌려줄 수 없었다. 시간이 많이 흐른 데다, 다른 경조사에도 대부분 5만원권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올해 초부터 수억 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은 고액체납자 A씨를 추적했다. 국세청 직원들이 1개월간 8회 이상 잠복한 끝에 자녀 명의의 54평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를 찾았다. 이 아파트를 수색한 결과 수납함에서 숨겨둔 검은 비닐봉지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5만원권 1만8장(5억40만원)이 있었다. 5만원권이 재산을 숨기는 용도로 쓰인 것이다.

이달 23일이면 5만원권이 발행된 지 10년이 된다. 그동안 경조사와 부모 용돈 등 일상생활에서 5만원권 사용이 보편화됐다. 하지만 회수율이 낮은 탓에 5만원권이 지하경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9년 6월부터 지난달 말까지의 5만원권 누적 발행액은 196조7천23억원이다. 한은으로 회수된 환수액을 제외하고 시중에 유통 중인 5만원권은 현재 98조3천226억원이다. 이는 지폐와 주화 등 전체 화폐량의 82.8%에 이르는 액수다.

5만원권 사용은 보편화됐다.

한은의 '2018년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90%가 5만원권을 사용했고, 사용금액은 가구당 월평균 32만6000원이었다.

특히 소비지출(43.9%)보다 경조금과 친목회비 등 개인 간 거래(50.7%)에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조금을 낼 때 82.4%가 5만원권을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5만원권 사용이 많아지면서 경조사비 인플레이션을 가져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낮은 환수율 때문에 지하경제의 주범으로 지목된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기준 5만원권 누적환수율은 50.01%였다. 누적환수율이 98.86%인 1만원권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시중에 풀린 발행액 대비 한은에 돌아온 환수액 비율인 환수율이 낮다는 것은 5만원권이 지하경제로 흘러갔다는 의미다.

은행권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상품을 살 때 신용'체크카드를 사용하거나 모바일로 결제하기 때문에 1만원권과 5천원권, 1천원권 등 다른 화폐의 사용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며 "앞으로 디지털 금융이 확대되면서 5만원권의 활용도도 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