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운전대 놓고 싶지만…

입력 2019-06-26 17:55:43 수정 2019-06-26 19:22:55

홍헌득 편집국부국장
홍헌득 편집국부국장

#1. 대구 도심에 거주하는 70대 A씨는 이제 운전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타던 차는 몇 년 전 손녀에게 물려줘버렸다. 지하철이나 버스, 도보로 시내 어디든 열심히 다니며 재미나게 공부하고 즐기며 지낸다. 운전을 하지는 않지만 이분이 면허증을 아예 반납했는지는 모르겠다. 운전을 그만둔 후 불편하진 않은지 물었다. 처음엔 움직이기가 조금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이내 괜찮아지더라고 했다. 가까운 곳은 걸어서 다니니 건강도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만족해 했다.

#2. 경북의 면 단위 작은 마을에 사는 B씨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80세를 넘긴 고령이지만 여전히 운전대를 놓지 못한다. 이따금 대구를 오가야 하는 볼일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여러 가지 자잘한 일까지 스스로 다 처리해야 하는 그에게 자동차는 손발이나 다름없다. 혼자 사는 그에게 자동차가 없다면 그 불편함은 이루 말로 다할 수가 없을 것이다. 대중교통 수단이 많지도 않은 조그만 시골 마을에 살자면 자동차는 이동에 필수적인 도구이다. 안전 문제가 늘 마음에 걸리지만 별 도리가 없다. 해 저문 이후에는 가급적 운전을 하지 않으려 할 뿐이다.

고령 운전자들의 운전면허 반납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고령 운전자들에 의한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시작된 논란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고령 운전자 사고 문제에 우리 사회가 한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예 면허를 박탈해버리고 싶다는 속마음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고령 운전자들이 '공공의 적'이라도 된 듯하다.

운전면허 연장 조건을 까다롭게 한 조치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 75세 이상인 운전자의 경우 적성검사 기간이 단축되었고 교통안전교육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게 됐다. 면허 반납 혜택을 늘리겠다며 교통카드를 보상으로 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는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

왜 그럴까. 고령자들의 이동권 문제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앞선 두 사례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듯, 고령자들이 바깥 나들이를 쉽게 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가 여부가 문제 해결의 관건인 것 같다.

사통팔달 대중교통 망이 발달한 대구 같은 대도시에서야 자동차가 없어도 별로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다. 게다가 곳곳을 연결하는 도시철도는 공짜이기까지 하다. 어쩌면 자동차가 더 불편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시골은 어떤가. 읍내나 가까운 도시로 나들이라도 할라치면 하루 몇 번 다니지도 않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그마저도 이용객이 줄면서 노선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가고 있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고령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면허만 내놓으라는 식의 정책이 귀에 들어오겠는가. 고령자들의 사회 활동이 제한되고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병원에도 가야 하고 마트에도, 관공서에도 불편 없이 갈 수 있어야 한다.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을 들여 고령자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택시를 운영한다고 들었다. 고령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농어촌 지역에서 보다 확대되었으면 하는 정책이다. 고령자들도 '발'이 필요하다. '고령 운전자=잠재적 사고 운전자'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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