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조정 협의 권고 오는 25일 양측 의사 밝힐 듯
조정 결렬될 경우 결과 예측하기 어려워
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에서 배출된 비산먼지로 폐 질환을 앓게 된 주민들이 연탄공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3년 동안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그 사이 고령의 원고 3명이 사망하는 등 소송이 장기화하자 최근 재판부가 양측에게 조정 협의를 권고했다.
대구지법 제12민사부(부장판사 최운성)는 동구 율하동 안심연료단지 인근 주민들이 연탄공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양측의 조정 협의를 위한 변론준비기일을 오는 25일 열겠다고 13일 밝혔다.
2016년 시작된 이 소송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자 재판부가 지금까지 나온 의료 감정 결과를 토대로 양측에게 조정 협의 의사를 물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심연료단지에서 발생한 비산먼지의 심각성이 부각된 건 2012년 '안심 지역 비산먼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구성되면서다. 그해 11월 국립환경과학원 현장실사에 이어 이듬해 6월 환경부의 연료단지 주민건강 조사가 시작됐고, 2014년 7월 환경부의 '연료단지 주민건강 영향평가' 결과가 나왔다.
당시 연료단지 인근 동구 안심1~4동 주민 3천여 명을 조사한 환경부는 이 가운데 20여 명이 환경성 진폐증을 앓고 있고, 연료단지와 가까운 지역일수록 호흡기 증상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진폐증이란 폐에 먼지가 들어가 굳어지면서 호흡에 장애를 일으키는 질병이다.
환경부 발표가 나오자 대책위와 배기하 한솔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중심으로 연탄공장을 상대로 한 환경소송이 본격화됐고, 안심 연탄공장에서 일한 적이 없는 주민 13명이 2016년 1차 소송 원고로 나섰다.
그러나 소송은 진폐증 확진 판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난관에 부딪쳤다. 현재까지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영남대의료원, 대한의사협회, 문경제일병원 진폐 전문병동에서 감정(검진)을 실시했으나 결과가 검진 병원마다, 피해자마다 제각각으로 나타났기 때문.
흉부 CT상의 폐 활성화 정도에 따라 진폐증, 경도 진폐증, 진폐증 의증(의심됨) 등으로 분류되는 진폐증은 의사마다 소견이 다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감정 절차가 반복되면서 소송이 지지부진한 사이 고령의 원고들은 하나둘 사망하고 있다. 현재까지 3명의 원고가 사망했고, 나머지 10명의 원고도 평균연령이 73.2세에 달한다.
배기하 변호사는 "공장 측이 인과관계에 대해서 부정하고는 있지만 환경부 조사에서 충분히 인과관계가 입증됐다고 본다"며 "진폐증으로 보기 어려운 원고 4명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 몫으로 각각 2천~4천만원의 합의안을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만약 양측의 협의가 불발될 경우 다시 한번 감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원고들의 나이와 건강상태를 고려하면 재감정이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대한의사협회가 흉부 CT만으로 감정이 어렵다는 소견을 밝히면서 주민들이 직접 서울 등을 찾아가 검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미 사망한 3명은 직접 검진이 불가능하고, 나머지 원고들도 고령의 나이와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장시간 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희진 안심 비산먼지 대책위원장은 "소송에 나선 이들이 모두 연로하고 오랫동안 폐 질환을 앓으며 고통받은 분들이다"며 "이 지역에서 40~50년 공장을 운영해 온 공장 측이 이분들의 딱한 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장 측 법률 대리인은 "의료 감정에서 진폐증이 아니라는 분들도 많았고, 인과관계에 대해서도 여전히 다툼이 있다"면서 "원고 측이 제출한 협의안은 일단 의뢰인들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한편, 지난 1971년 대구시가 도심에 흩어져있던 연탄공장을 동구 율하동으로 모으면서 조성된 안심연료단지는 최근까지도 연탄, 시멘트·콘크리트, 아스콘 공장이 조업을 지속해오다 지난해 안심뉴타운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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