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역사학자 E.H.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이 말에 경도(傾倒)된 탓인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현재의 집권 세력은 신물이 날 정도로 과거와의 '대화'에 집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대화는 대단히 정략적이다. 과거에서 어떤 것을 가져와 상대방을 공격하는 도구로 악용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의 '역사 타령'은 끝 간 데가 없다. 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 띄우기 발언을 했다.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로 평가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때와 장소 모두 부적절한 추념사였다. 6·25에서 순국한 영령들을 모신 곳에서 그것도 현충일에 '6·25 전범'인 김원봉을 들먹인 자체가 얼토당토않은 일이다.
기념일마다 '역사·이념 논쟁'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지다 보니 걱정이 될 정도다. 3·1절 경축사에선 빨갱이 발언, 5·18 기념사에선 '독재자의 후예'란 표현을 썼다. 다가오는 제헌절·광복절에도 비슷한 발언이 나올 게 분명하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아예 한술 더 떴다. 그는 "정조대왕 이후 219년 동안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10년과 문 대통령 2년 등 12년을 빼고는 일제강점기거나 독재 또는 아주 극우적인 세력에 의해 나라가 통치됐다"고 했다. 편향된 그의 역사관에 어안이 벙벙하다.
지금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가슴에 새겨야 할 과거는 100여 년 전 조선이 당한 망국(亡國)의 역사다. 그때 조선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열강의 다툼이 현재 대한민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의 다툼과 똑같기 때문이다. 자국 이익에 따라 강대국이 이합집산을 하는 와중에 자칫하면 우리가 조선처럼 어느 강대국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1905년 가쓰라·태프트밀약으로 미국이 일본의 조선 지배를 승인하면서 우리 민족은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다. 그 당시를 뛰어넘을 정도로 미·일은 밀착됐고 한국은 외톨이 신세가 됐다. 참혹한 역사가 되풀이 안 된다는 법이 없다.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진정으로 대화하고 깨달음을 얻어야 할 역사는 바로 이런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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