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요즘 아이들은 유치원 때 초등학교 과목을, 초등학교 때 중학교 과목을, 중학교 때 고등학교 과목을 다 뗀다고 한다. 학원에서 그렇게 가르치고 그래서 그렇게 배우게 된단다. 이래서야 학교 교육이 제대로 될 리가 없고 저절로 학교수업이 붕괴될 수밖에 없다. 학교에 나오는 학생들도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도 공부를 하고 가르치는 재미가 없고 저절로 의욕이 떨어진다. 천직으로 알고 교직에 들어선 교사들의 명예퇴직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경쟁사회에 살다보니 학원비는 해마다 늘어나고 그래서 아이 낳기도 두렵고 하니 출산율은 해마다 떨어진다. 출산율 올리려고 세금을 수십조씩 쏟아 부어도 효과가 없다. 출산율을 올리려면 세금을 풀어 유인해서는 별무소득이고 교육을 제자리로 돌리는 것이 최선책이다.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적성과 능력에 맞게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될 것이다.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모른 채 경쟁에만 내몰려 허덕이다가 대학에 들어가서 능력과 적성을 모르고 졸업하니 취업도 안 되고 대학시절 등록금만 날린 꼴이 된다. 학생들의 머릿속에는 선행 학습으로 누적된 지식과 그걸 위해 낮밤 가리지 않고 쌓인 스트레스가 엄청나서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겪는 청소년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심신이 약한 학생들이 성장해서 어떻게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수 있겠는가.
얼마 전,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정·관·재계의 엘리트를 배출해온 국립행정학교(ENA)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1945년 설립 이후 4명의 대통령과 7명의 총리를 배출시킨 명문 학교다. 마크롱 자신도 정작 이 학교 출신이면서 동문들의 거센 저항 속에서도 이 학교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유인즉, 프랑스 정·관계의 상층부를 지탱하며 국가의 재건과 발전에 기여했지만, 사회의 권력과 자본을 소수의 졸업생이 독식하면서 불평등을 고착화한다는 비판 때문이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프랑스는 엄청난 저항에도 불구하고 교육 개혁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도 나라의 미래를 열어줄 새로운 교육정책을 수립하여 일관성 있게 펼쳐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자녀들을 제대로 키워내고 있는 프로그램을 국내외에서 찾아내어 공영 방송을 통해 정기적으로 소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인구문제와 맞물려 나라의 미래가 달린 일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라도 나라를 구할 교육정책을 펼쳐야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교육 담당기관들이 제 역할을 다하는 교육만이 담보한다. 교육개혁, 절체절명의 과제다.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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