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후유증에 불안정한 심리상태 겪고 있는 서완·서온 형제

입력 2019-06-11 06:30:00

아빠로부터 받은 폭행의 공포,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로 남아 폭력적 행동 반복

김소정(37·가명) 씨가 서완이 형제에게 만화영화를 보여주고 있다. 김 씨는 해맑게 웃다가도 병적으로 난폭해지는 아이들을 키우며 매일 가슴을 졸이고 있다. 이주형 기자.
김소정(37·가명) 씨가 서완이 형제에게 만화영화를 보여주고 있다. 김 씨는 해맑게 웃다가도 병적으로 난폭해지는 아이들을 키우며 매일 가슴을 졸이고 있다. 이주형 기자.

김소정(37·가명) 씨는 이달 초 또 사고를 친 아들 때문에 학교에 불려갔다. 둘째 서온(8·가명)이가 또 친구를 때린 것이다.

김 씨는 매일 아침 첫째 서완(9·가명)이와 서온(8·가명)이 형제가 등굣길에 나서는 순간부터 폭탄을 안고 사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혼을 하면서 전남편의 폭행으로부터는 벗어낫지만, 장기간 공포에 시달렸던 두 아이들은 쉽게 안정을 찾지 못하고 여전히 폭력적인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김씨는 생활고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 걷기 전부터 폭행 시달려.

8년간의 결혼생활 내내 전 남편은 끊임없이 김 씨를 의심하고 폭력을 일삼았다. 김 씨는 "바람을 피운다고 4시간 연달아 맞은 적이 있다"며 "얼굴이 함몰되고, 갈비뼈 4대가 부러졌는데 이 장면을 아이들이 고스란히 지켜봤었다"고 털어놨다.

전 남편의 폭행은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졌다. 그는 기저귀를 찬 아이들마저 몸에 피멍이 들 정도로 때리기 일쑤였다. 김 씨는 "아이들이 말을 배우기 전부터 아빠 발소리만 들어도 울음을 그칠 정도로 두려움에 떨었다"고 했다.

보다 못한 이웃의 신고로 김 씨는 아이들과 아동보호기관에서 7개월 동안 지내면서 이혼 소송을 진행해 겨우 갈라섰다. 하지만 장기간 지속한 불안과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 서완·서온 형제는 어린이집에 들어가자마자 '문제아' 꼬리표가 붙었다. 그동안 유치원을 옮겨 다니기 수차례. 초등학교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돼 결국 오는 2학기에는 전학을 해야만 한다.

김 씨는 "아이들이 남성에 대해서는 두려움이 크고 여성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공격적인데 폭력성이 상상 이상으로 심하다"고 했다. 그는 "학교 친구들이 서완이 형제 때문에 심리치료를 받으러 갈 정도"라며 "특히 서온이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칼을 휘두른 이후에는 너무 겁이 나서 강제 약물치료를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검사 결과 두 형제의 심리상태는 매우 불안한 상태다. 지적능력 역시 낮은 수준으로 또래보다 인지적 융통성과 주의전환능력 등이 크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이들 형제에 대해 심리치료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지만 김 씨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어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생활고에 전문적인 치료는 문턱도 못 넘어

김 씨는 어린이집, 유치원 방과 후 음악강사로 일하면서 매달 30만~80만원 정도 번다. 대구·경북, 멀리는 충북까지 등 일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지만 한정적인 일자리다보니 수입 편차가 심하다.

양육비는 남편이 얼마전 재혼하면서 언제 끊길지 모르는 상황이다. 30만원 남짓한 한무보가정 보조금을 더해도 세 가족이 먹고살기조차 빠듯해 치료는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김 씨의 유일한 가족인 친정엄마도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딸의 생계를 보탰지만 최근 갑상선 혹이 급속하게 커지면서 암 검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 씨는 특히 엄마의 도움으로 아파트 대출금을 갚아 나오던 터라 앞으로가 더욱 막막한 상황이다.

그는 "엄마가 재판 이혼 소송 당시 아이들 양육권을 가져오라며 작지만 오래된 아파트를 대출까지 내서 샀었다"며 "양육환경 기준을 맞추기에는 전에 살던 월셋집이 너무 열악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이들도 결국 전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인한 피해자인데, 그 깊은 마음의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 채 방치해두다보니 어느 순간 문제아에 학교 폭력 가해자가 돼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메어진다. 그는 "한 번만이라도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해 다시 세상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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