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니 시다바리가?'는 부산말의 전 국민화에 큰 공을 세웠다."
부산일보는 2006년 3월 기사에서 2001년 개봉, 최고 흥행을 올린 영화 '친구'의 대사인 '내가 니 시다바리가?'를 "전국에 퍼뜨린 부산 사투리"라고 보도했다. 이어 상대를 '넘어서고 말겠다는 의지를 담아 내뱉은' 이 대사의 뜻을 "대수롭지 않은 심부름을 시키는 동료나 후배에게 이 말을 즐겨 썼다"고 덧붙였다.
상업도시 부산은 해륙(海陸) 문화를 갖춰 개방적인 반면 조사 자료처럼 급함도 있다. 안전한 뭍의 삶터와 변덕스러운 바다와 싸워 앞길을 뚫는 뱃사람들이 어울린 도시의 영향이리라. 모험과 도전적인 긍정의 시각에서 보면 '내가 시다바리가'에 담긴 도전과 도발의 반항적 뜻도 나름 이해할 만하다.
이를 4·19혁명과 10·26사태, 부마 항쟁, 부산 미(美) 문화원 방화사건 등과 연결, 부산이 지닌 '전복성'(顚覆性)의 한 단면으로 보는 연구 맥락과도 통한다. 즉 상업도시 부산 특유의 현상으로 볼 만큼 좋은 측면일 수 있다. 아울러 부산으로선 비록 영화 대사이나 보도처럼 자긍심을 가질 만도 하다.
부산은 다른 모습도 드러냈다. 지난 1992년 12월 대선 바로 밑에 터진 '초원복국 사건'이 그렇다. 장관 1명과 부산의 내로라할 관민(官民) 기관단체장이 김영삼 대통령 후보 당선을 위한 비밀 모임을 가졌다가 물의를 빚은 일로, 당시 나돈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과 함께 지역감정을 자극한 나쁜 선거 활동의 사례로 꼽히게 됐다.
지금 부산의 지도자, 정치인이 목을 매는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보면 '시다바리' 대사가 떠오른다. 과거 정부가 폐기하고 영남권 5개 시도지사 합의로 백지화된 가덕도 신공항을 위해 대통령, 총리, 장관, 여당 대표까지 동원해 정부 정책을 뒤집는 부산의 작업은 영화보다 더욱 극적이다.
자칫 정부가 '시다바리' 될까 걱정이다. 영화 '친구'의 다른 대사 '친구 아이가'나 '우리가 남이가'처럼 한편 부드럽지만 잘못 쓰면 남을 베는 칼이 되듯, '내가 시다바리가'의 전복성도 그렇다. 급해 지나치면, 역사를 거스를 뿐이다. 모르고 그렇다면 안타깝고, 알고도 그러면 새 적폐를 쌓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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