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구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929건, 피해액만 103억 달해

입력 2019-06-06 18:24:18 수정 2019-06-06 19:09:09

매년 급증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도 다양화해… 최근 3년간 은행 고액 송금 차단 사례만 262건
경찰 "대출권유, 수사기관 사칭에 낚이지 말아야" 경고

보이스피싱
보이스피싱

최근 '정부지원 서민대출 ○○론 5~7%. 최대 3천만원 대환대출, 누구나 상담 가능'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A(40) 씨. 당시 생활고로 수천만원의 대출금에 허덕이던 그는 저금리로 갈아타기 위해 해당 전화번호를 눌렀다.

한동안 A씨 재산과 타 금융 채무 등에 대해 질문하던 상담원은 "대출을 위해서는 몇 가지 서류가 필요한데 은행 앱을 다운받으면 이자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자 한 푼이라도 아껴야 했던 A씨는 요구대로 앱을 설치하고 알려준 팩스번호로 서류까지 보냈다.

하지만 다운받은 애플리케이션(앱)이 문제였다. 이들이 요구한 앱에는 악성코드가 심겨 있어 A씨의 휴대전화가 보이스피싱범들의 통제 속에 들어간 것. 이후 보이스피싱범은 "대환대출이다 보니 일부를 변제해야 추가 저금리 대출 전환이 가능하다"며 1천600만원을 지정한 업체 계좌로 송금할 것을 요구했고, 알려준 대포통장으로 돈을 입금하자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화 사기(보이스피싱)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하면서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사당국은 보이스피싱에 의한 피해 규모를 국가적 재난 수준으로 보고 검거 및 예방에 전력을 쏟고 있다.

6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보이스피싱 범죄는 2006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이래 지난해까지 전국 누적 피해액만 1조5천억에 달할 정도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전국의 총 피해액은 4천4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천9억원)보다 무려 82.7% 증가한 수치다. 매일 134명의 피해자가 12억2천만원의 돈을 보이스피싱범들에게 보내고 있는 셈이다.

대구에서도 지난해 929건의 범죄가 발생해 103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전년과 비교해 발생 건수는 1.39배, 피해액은 1.66배 각각 증가했다.

경찰은 범죄 유형이 갈수록 지능화·첨단화로 진화하면서 범인 검거에 애를 먹고 있다.

이종섭 대구경찰청 수사2계장은 "최근에는 범인이 피해자의 스마트폰에 원격제어 앱 설치를 유도하거나, 악성코드를 심는 수법이 유행하고 있다. 속기 쉬울뿐더러 범인 검거에도 어려운 점이 많다"며 "시민들은 신종 수법을 알아 두는 한편 대출 권유나 수사기관 사칭 전화는 무조건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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