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늘 정답이 있다. 정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학생이 학교라는 상자 안으로 들어간다. 상자 안은 이미 경쟁자로 포화 상태다. 모두 다르게 생긴 아이들이 똑같은 정답을 좇아 경쟁한다. 자신의 정체성이 가진 매력은 중요하지 않다. 정답을 찾는 아이와 못 찾는 아이로 구분된다.
문제는 수능 시험지 밖의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다. 정말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학교 성적이 부진하면 자존감을 잃는다. 문제는 반대편에도 존재한다. 뛰어난 성적으로 명문대에 진학했지만 대학 졸업 후 사회에 던져졌을 때 비로소 어려움을 만난다. 정답을 찾는 것엔 익숙하지만 사회생활은 그렇지 않다. 회사는 사회 트렌드에 따라 먹거리가 늘 변하며 직원에게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대한다.
취업이 아닌 창업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창업은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 나무를 심어 열매를 맺게 하는 일이다. 그 열매가 없다면 굶어 죽는다. 생각하는 힘이 없다면 생존조차 할 수 없다. 그 힘이 부족한 친구들은 여기서 큰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시험지는 잘 푸는데 시험지 밖의 문제에는 해결 능력이 없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 회견을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다른 나라 기자들이 질문을 하도 많이 하자 오바마는 특별히 한국 기자에게 질문할 기회를 준다. 하지만 한국 기자들은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한국 기자의 질문 없이 기자회견은 마무리되었다.

한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학생이 뛰어난 광고인이 될 수 있을까? 물론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대나무처럼 곧게 자라는 예도 있다. SBS 'K팝스타' 오디션 마지막 회에 박진영이 했던 말이 인상 깊다. 당시 보이프랜드라는 초등학생 2인조 듀오가 우승을 차지한 날이었다. (공교롭게도 듀오 중 한 명이 필자랑 이름이 같다.)
"K팝스타 역사상 한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친구가 우승을 한 건 처음입니다"
박지민, 악동뮤지션, 버나드박, 케이티 김, 이수정. 정말 그랬다. 그들의 무대는 상자 안에 있지 않았다. 그들은 남들과 경쟁하며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이 무엇일까 생각했고 그것을 무대 위로 끌어 올렸다. 어려움에 빠졌을 때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이제 곧 있으면 한국은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게 됩니다. 어떤 분이 대통령이 될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도 이런 창의적인 친구들이 탄생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박진영은 인터뷰를 마쳤다. 벌써 2년 전 일이다.

사실 나는 필자가 운영하는 광고 아카데미의 수업 준비를 거의 하지 않는다. 가끔 이론 수업이 있을 때 미리 만들어둔 내용을 훑어보는 정도다. 수업 준비는 대부분 학생이 해온다. 아이들이 일주일 동안 생각한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방향 제시를 해주는 게 내 몫이기 때문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매번 가져올 수는 없다. 다만, 크리에이티브 수준을 떠나 '이 친구가 얼마나 생각해봤을까. 이 문제를 얼마나 고민해봤을까'하는 생각의 길이를 확인한다. 그렇게 되면 생각의 근육이 발달한다. (엉덩이 근육 강화는 덤이다.)
취업이나 창업은 문제 해결을 하는 과정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논하는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은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인공지능이 우리 삶 속에 들어올수록 사람의 창의성은 더욱 중요해진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창의성이 박스에 갇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박스 밖으로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왜 한국에서는 창의적인 인재가 나오지 않느냐?'고 불만을 터트리지 말자. 그들이 한국에서 재미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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