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지난 달 이사 준비를 하며 마음 먹은 것이 있었다. 최소 두 달 이상 꺼낸 적 없는 물건들, 살 빼면 입으려고 간직해두었던 부질없는 옷들, 쓸데없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을 짐을 싸고 정리하는 동안 미련 없이 덜어내 버리자. 5년, 10년이 된 쓰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잡동사니들을 나의 주변에서 걷어내어 보자. 청소와 버리기를 어려워하는 나로서는 큰 결심을 한 것이다.
짐 정리의 필요성을 가장 크게 느낀 계기는 아기가 태어나면서부터이다. 집안 곳곳 눈에 띄게 늘어가는 아기용품들을 보며 그리고 여러모로 주변 환경에 취약한 아기를 키우며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함께 지낸 다섯 살 골든리트리버 다듬이와 고양이 타미와 같이 살 앞날을 생각했을 때에도 나의 짐을 줄이고 치우는 것을 실천함으로써 매번 느꼈던 청소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어지러운 구석구석을 보며 받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몇 일 전엔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최근 생활의 변화와 이런저런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멀리 이사를 오게 되면서 대구에서의 활동과 벌여놓은 일들이 걱정이다. 어느 것 하나 해결은 짓지 못하고 생각만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더니 지인은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두고 살아가는 삶을 일컫는 '미니멀라이프'를 알 것이다. 그리고 되도록 단순한 요소로 최대 효과를 이루려는 사고방식인 '미니멀리즘' 도 알 것이다. 단순히 입지 않는 옷을 버리고 짐을 줄이는 차원을 떠나서 삶 전반에 있어 미니멀리즘을 실천해 보는 것은 무척 중요하고 해 볼 만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생활 속 여러 선택 중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천천히 간소화하여 보는 것은 어떻겠느냐. 그렇게 신경 쓸 부분을 줄여나가면서 정말 집중해야 할 것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들으며 너무 일리가 있어 무릎을 탁 쳤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일은 버리지도 입지도 못하는 옷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었다. 정리해버리면 좋을 일을 우물쭈물하다보면 손톱 밑 가사처럼 때때마다 거슬리고 중요한 집중을 흩트리게 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사회적기업 교육을 받을 때 '선택과 집중' 에 대해 배운 것이 기억났다. 여러 보기 중 가장 탁월한 보기를 선택하고 그 선택에 집중하여 이끌어낼 수 있는 최선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는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래서 더욱이 전략적 포기와 단호한 선택이 불가피한 때인 듯도 하다. 지금에 몰입하기 위한 첫 단추를 현명한 포기로 꿰어 보아야 겠다.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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