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태의 세상속의 종소리] 호국영령을 기리는 종소리

입력 2019-06-05 12:18:26 수정 2019-06-05 20:18:29


유사 이래 나라에 헌신한 분을 현충하는 일은 국가의 최고 과제였다. 고려 현종 때는 전사한 병정의 뼈를 수집하여 집에서 제사를 지냈고, 조선도 이들을 극진히 매장했다.

조정에서는 농경사회에서 귀한 날인 곡식의 씨를 뿌리는 '망종'(芒種)에 순국 선열들에게 제사를 올렸다. 우리나라의 현충일은 1956년 6월 6일 한국전쟁 전사자를 모신 국군묘지에서의 추도식으로 처음 시작되었다. 이날은 절기상 망종이었다.

세계의 나라들도 그들에게 의미 있는 날을 정하여 호국 영령을 추모하고 있다. 미국은 1868년 5월 5일 남북전쟁 전사자의 묘지를 돌보는 '단장의 날'로 시작하였고, 이후 5월 마지막 월요일을 '전몰 장병의 날'로 정하였다. 1차 대전에서 영연방군으로 참전한 호주와 뉴질랜드는 1915년 4월 25일 갈리폴리에서 터키군에게 궤멸적 패배를 당했는데, 두 나라는 매년 아팠던 이날을 '안작의 날'로 기억하며 추모한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는 1차 대전이 종전된 1918년 11월 11일을 '기억의 날'로 결정하였다.

전몰자 묘지를 붉은 개양귀비 꽃으로 장식하고 추모객은 가슴에 꽃을 단다. 이 전통은 캐나다 군의관 맥크레가 전사한 동료를 이 붉은 꽃이 만개한 들판에 묻은 뒤에 쓴 '플랜더스의 들판에서'라는 시에서 유래하였다. '며칠 전에는 살아서 새벽을 느꼈고 석양을 바라보았네. 사랑을 하고 받기도 하였건만.

지금 우리는 이 들판에 이렇게 누워있네.' 방패 모양의 탁상 종(사진)은 1918년 서부전선에서 전사한 프랑스의 에르비 자코비를 추모하여 만들어졌다. 가족 친지들은 방패에 그의 이름을 새겼고, '땡' 소리가 들릴 때마다 사랑하던 '에르비'를 그리워했다.

경북대 의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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