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입' 강신명 구속기소…정무수석 지시로 맞춤정보 생산

입력 2019-06-03 17:40:33 수정 2019-06-04 00:20:38

강 전 청장·현기환 정무수석 등 8명 재판에…"박근혜 연루는 확인 못 해"
靑 관심사만 채택되는 구조 악용…일선 정보경찰 "점수의 노예" 자조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왼쪽)과 이철성 전 경찰청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왼쪽)과 이철성 전 경찰청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55) 전 경찰청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성훈 부장검사)는 3일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강 전 청장을 구속기소 했다.

이와 함께 강 전 청장 시절 경찰청 차장을 지낸 이철성 전 경찰청장, 김상운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 박기호 당시 경찰청 정보심의관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당시 청와대의 현기환 정무수석과 박화진 치안비서관, 정창배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이모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전직 정무수석실 관계자 4명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청장 등은 2016년 4월 20대 총선 당시 친박(친박근혜)계를 위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대책을 수립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당시 경찰청 정보국이 지역 정보 경찰 라인을 동원해 '전국 판세분석 및 선거대책', '지역별 선거 동향' 등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정보문건을 생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2012∼2016년 청와대·여당에 비판적인 진보교육감, 국가인권위 일부 위원 등을 '좌파'로 규정하고 사찰한 혐의도 받는다. 이들 개별 범죄사실에는 언론사 노조 동향 파악, 좌파 연예인 동향 파악 등도 포함됐다.

검찰은 정보 경찰의 '최종 윗선'으로 현 전 정무수석을 지목했다. 현 전 수석의 지시에 따라 치안비서관이 경찰청 정보국에 정보활동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생산된 정보활동 결과는 '별보', '정책자료' 등의 형식으로 작성돼 다시 치안비서관실을 통해 정무수석에게 보고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지시가 경찰청 정보국에 즉각 전달·실행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엄격한 업무 평가 시스템 때문으로 분석됐다.

청와대의 관심사와 요구사항에 맞지 않는 정보 보고서는 내부 보고 과정에서 채택되지 않고, 해당 경찰은 가점 평가를 받기 어려운 구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일선 정보경찰들은 스스로에 대해 "점수의 노예"라고 한탄하면서도, 정보국에서 자신의 문건이 채택되도록 하기 위해 위법한 정보수집을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예를 들어 '2016.9. 외근정보관 첩보 평가기준'에 따르면 치안정보와 무관한 '대선 공약집 입수(사전 입수시)'를 가장 높은 점수로 매기는 정보활동 중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 요청으로 작성하는 '정책정보'는 실무자가 임의로 작성할 수 없고, '경찰청장-차장-정보국장-심의관' 등 지휘부의 승인·지시를 받아 작성하는 구조임을 파악했다.

다만,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박 전 대통령까지 관련된 부분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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