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당, 막말로 대응해서야 대안 세력 될 수 있나

입력 2019-06-03 06:30:00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대변인이 돌아가며 막말을 하거나 저급한 언어를 쏟아내고 있다. 청와대·여당을 공격하더라도 품격 있는 말로도 얼마든지 가능한데도, 논란을 불러올 언어 구사력을 보이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한국당이 이런 행태로 어떻게 건강한 대안 세력이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31일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모도 있는 것 같다"고 한 것은 막말의 전형이다. 아무리 문 대통령의 지도력을 부정하더라도 김정은과 비교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크다. 정 의장은 발언 후 사과는커녕 "(언론에서) 제 얘기를 왜곡하고 있다"고 항변했으니 상황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같은 날 "여당이 '뗑깡'을 부리고 있다"고 했다. '생떼' '억지'라고 해도 될 것을, 일본어에서 나온 속어까지 쓰는 걸 보면 생각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경욱 대변인은 헝가리 유람선 사고와 관련,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이른바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는 부적절한 글을 SNS에 올렸다. 문 대통령이 헝가리에 구조대를 급파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말한 것을 겨냥했지만, 유족의 절박한 심정을 생각하면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문 대통령만 공격할 수 있다면 국민의 불행마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심보가 아니라면 비유할 수 없는 말이다.

황교안 대표가 "정권이 우리 당에 막말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 한국당은 '막말 프레임'에 갇힐 만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당이 정책적 대안을 들고 국민에게 신뢰를 얻어야지, 한 건 위주의 막말로 점수를 따려 해서는 미래가 없다. 한국당은 '설화'(舌禍)를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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