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자동차보험료가 계속 오르는 이유

입력 2019-06-04 18:30:00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김수용 편집국 부국장

'우회전하던 차량이 직진 차량과 접촉 사고가 났다.' 이 한 문장으로 교통사고는 정리된다. 우회전 차량 과실 80%, 직진 차량 과실 20%. 보험사를 불러서 사고 처리하면 딱 이렇게 나온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거의 틀림없다. 경험에서 나온 얘기다. 보험사 직원은 사고 동영상을 보거나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8대 2'라고 얘기했고, 항의 끝에 경찰서를 찾아가고 현장을 답사한 뒤에도 '8대 2'라고 했다.

사고 당시 우회전 차량이 직진 차로에 완전히 진입했다거나, 직진 차량이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그대로 달려왔다고 해명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 무슨 노래 제목도 아니고, 보험사 담당 직원이 바뀌어도 '무조건 8대 2야'를 외쳤다. '많이 억울하시겠지만 8대 2', '도로교통법상 어쩔 수 없이 8대 2', '조금 애매하지만 8대 2'.

사고 직후 직진 차량 탑승자들은 병원 치료를 받겠다고 했다. 양팔에 문신을 가득 새긴 건장한 체격의 청년들이었다. 우회전 차량은 시속 5㎞로 주행 중이었고, 차량 피해도 범퍼가 긁힌 정도였다. 나중에 보험사가 알려준 사고처리내역은 믿기 힘들 정도였다. 직진 차량의 대물 피해액은 렌트비까지 포함해 100만원이 채 안 됐다. 그런데 운전자를 포함한 탑승객 3명이 받아간 합의금은 한 사람당 220만~250만원씩 700만원 정도였다.

사실 사고 직후 보험사기가 의심스러워 경찰에 사고를 접수했다. 문제를 해결해주리라는 순진한 기대와는 달리 보험사기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교통사고 '가해자'가 돼 경찰서를 들락거리고 벌점에다 범칙금까지 물었다. 억울함을 호소했더니 경찰관은 "알아보고 신고하지 그랬어요? 아는 경찰도 없어요?"라고 했다.

손해보험사들이 이달 들어 자동차보험료를 최고 1.6% 인상한다. 올 들어 벌써 두 번째 인상이고, 올해 안에 세 번째 인상이 있을 수 있다. 장사도 이런 편한 장사가 없다. 손해 난다 싶으면 보험료만 올리면 된다. 이런 배짱 장사의 배경에는 여러 조력자들이 있다. 우선 번거롭고 귀찮다며 교통사고 신고 안 하는 운전자들이다. 이들 덕분에 누군가 보험사기 수십 건을 저질러도 경찰 사고 기록이 깨끗하다. 게다가 철저한 공무원 정신에 입각해 해당 사고만 법대로 처리한다는 경찰관, 교통사고 환자라면 봉이라도 잡은 듯 지극정성을 다 해서 온갖 치료를 제공하는 일부 얌체 의사와 한의사들도 있다.

2018년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7천983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고, 이 중 자동차 보험사기는 41.6%(3천321억원)를 차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7년 최초로 공개한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 정보'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자동차 사고 진료 환자는 204만 명, 진료비는 1조6천586억원에 달한다. 한방 진료비는 2014년 2천722억원에서 2016년 4천598억원으로 69% 증가했고, 의·치과 진료비는 1조1천512억원에서 1조1천988억원으로 4% 증가했다.

모두 우리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다. 해마다 물가인상률 반영하듯 보험료를 올려도 아무 소리 못하는 순진하고 선량한 운전자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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