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맨' 트럼프, 무역 넘어 이민문제까지 관세 무기화

입력 2019-05-31 16:05:20

이민자 문제 해결 촉구하며 멕시코에 관세 부과 예고
중국·EU·일본에 관세 고리로 무역 압박…한국도 영향받아

관세를 무기화해 압박 수단으로 써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국내 문제 성격이 강한 불법 이민자 해결을 목표로 멕시코를 겨냥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6월 10일부터 멕시코를 통해 우리나라로 불법 이민자들이 들어오는 것이 중단될 때까지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모든 상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관세는 불법 이민 문제가 고쳐질 때까지 관세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이라며 불법 이민 문제가 해결돼야 관세를 철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백악관이 발표한 성명에서 "(이민 관련)위기가 계속된다면, 관세는 7월 1일부터 10%로 인상할 것"이라며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 수를 극적으로 줄이거나 없애는 조치를 여전히 하지 않는다면 8월 1일부터는 15%, 9월 1일부터 20%, 10월 1일부터 25%로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중국과의 무역 전쟁 등 경제와 관련된 무역 문제에 대해 관세 압박 카드를 활용해왔으나 이번에는 국내외 사회 이슈와 연계함으로써 관세 무기화를 더 폭넓게 꺼내들었다. 국경을 통한 불법이민 유입은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대한 국내 정치 이슈로서, 관세를 멕시코 국경 문제와 관련한 압박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 관세 부과 방침은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보호주의의 대표적 성과로 내세워온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의 비준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철강 관세 철폐 이후 3개국 의회 모두 비준 절차에 돌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이 자유무역협정의 정신을 위배하는데다 멕시코 내부의 반미 감정을 고조시켜 앞길이 험난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멕시코 외무부의 헤수스 세아데 북미담당 차관은 "매우 심각한 사태"라면서 "이것이 실제 이행된다면 우리도 거세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대립을 원치 않는다"며 대화를 제안했다. 그는 "사회적인 문제는 관세나 강압적인 조치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멕시코 영토를 거쳐 이동하는 이민자들을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최대한 막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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