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규제완화 시범사업 "대형트롤 동해 진출 꼼수 아니냐"

입력 2019-05-30 20:30:00

울릉도 동해안 어민들 “오징어, 방어 등 수산자원 씨 마를 것” 생존권 문제 강력 반발
“1년이지만 매년 연장 가능 ‘눈가리고 아웅’… 총허용어획량 배정에도 불법물량 뺴야”

해양수산부가 어업규제 완화 시범사업 공모에 나서자 울릉도를 비롯한 경북 및 강원지역의 오징어 잡이 어민들이 '기업형 대형트롤의 동경 128도 동쪽 조업 금지' 규제를 완화해 주려는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TAC(총허용어획량·Total Allowable Catch) 기반 어업규제 완화 시범사업 공모' 제도를 도입하고 업종별·지구별 수협과 이들에 속한 사단법인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동해안 지역 어민들은 "말이 시범사업이지 이는 그동안 기업형 대형트롤업계가 해수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제기한 '동경 128도 조업'을 허용하는 '꼼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규제 완화 조건은 해마다 정하는 어획량을 지키고 국제선박위성시스템을 장착하며 전자어획보고시스템을 적용하는 것 등인데 이들 조건이 어자원을 제대로 지키는 장치가 되지는 못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시범사업 기간이 1년이지만 매년 연장할 수 있도록 해 놨기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지적도 있다.

동해안 한 수협 관계자는 "총허용어획량 배정시스템 자체가 문제"라며 "통상 기존 어획량을 기준으로 매년 조정하는데, 대형트롤의 경우 채낚기어선과의 불법공조조업을 하지 않으면 기존의 어획고를 올릴 수 없고 채산성도 없다는 것이 수산업계의 정설"이라고 꼬집었다.

'채낚기어선이 오징어를 유인하는 불만 밝히고 트롤은 건져올리는' 채낚기어선과의 불법공조조업 방식은 남획 우려로 금지돼 있는 만큼, 대형트롤이 불법공조조업으로 올린 어획고는 허용어획고 배정에서 빼야 한다는 것이다.

김해수 전국채낚기실무자 울릉어업인연합회장은 "지금도 대형트롤이 동해를 침범해 불법공조조업으로 오징어를 남획하고 있는데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만약 대형트롤들의 동해 진출을 공식적으로 허용한다면 '동해안 오징어 어민들은 다 죽어라'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는 또 "지난주 해수부를 찾아가 어민들의 입장을 전달했고 농림해양수산위원인 김정재 국회의원(포항북·자유한국당) 측에도 상황을 얘기했다"며 "강원도지역 어민들은 이양수 국회의원(속초고성양양·자유한국당)을 통해 대형트롤 동경 128도 이동 조업 불가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해 중형트롤 업계도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동해구기선저인망수협 한 관계자는 "동해에서 쥐치와 노가리(명태 치어)가 사라진 것도 대형트롤이 불법으로 동해에 진출해 남획한 결과라는 것은 수산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라며 "때문에 대형트롤의 동해 진출은 오징어는 물론 방어 등 기타 어자원의 씨를 말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김정재 의원은 "동해안 어민들의 생존과 관련된 만큼 규제 완화 시범사업이 지역과 어업단체 간 합의 없이 추진돼 선 안된다는 뜻을 해수부 장관·차관·실장에게 강력하게 전달했다"며 "이에 해수부로부터 '수산조정위원들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는 답변을 들었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동경 128도 이동 조업 금지 조항'는 1965년 한·일 어업협정 당시 부속조치로 1976년 수산청 훈령 제256호로 제정됐다. 한일어업협정은 바뀌었지만 이 조항은 동해 수산자원 보호 때문에 계속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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