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차이 vs 차별, 편의점 인간/무라타 사야카 지음/김석희 옮김/㈜살림출판사, 2018  

입력 2019-05-30 10: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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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웅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저자의 경력이 이채롭다. 무려 18년 동안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니. 게다가 나오키상과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순수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 수상식 당일에도 '오늘 아침에도 편의점에서 일하고 왔다'라는 수상소감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일본 3대 문학상인 군조신인문학상, 노마문예신인상, 아쿠타가와상을 모두 수상한 3명의 작가 중 한 명이라니 마치 '글쓰기가 제일 쉬웠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주인공 후루쿠라 게이코는 대학을 마친 후 같은 편의점에서 18년간 일을 한다.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거나 연애하는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편의점은 그녀의 전부다. 이런 그녀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걱정하지만 정작 그녀는 태평스럽기만 하다. 하루하루 충실히 살며 자신의 일과 삶에 만족한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가만 두지 않는다. 비정상으로 낙인찍어 끊임없이 스스로 정상의 범주로 들어오게끔 강제한다. 이에 어쩔 수 없이 후루쿠라도 변명을 만든다.

"하지만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면 나를 이상하지 않게 생각하던 사람이 꼬치꼬치 캐묻잖아. 그런 귀찮은 상황을 피하려면 그럴듯한 변명이 있어야 편리해."(74쪽)

김광웅 작
김광웅 작 '고창 청보리밭'

후루쿠라는 몸이 약해서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만들지만 그래도 자꾸만 주변의 시선이 따갑다. 그래서 정상의 범주에 들어가기 위해 편의점 동료인 시라하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시라하 또한 비정상으로 취급받는 캐릭터이지만 후루쿠라 만이라도 정상인의 삶을 살기를 바란다.

"보통사람이라는 거죽을 쓰고 그 매뉴얼대로 행동하면 무리에서 쫓겨나지도 않고 방해자로 취급당하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모든 사람 속에 있는 '보통인간'이라는 가공의 생물을 연기하는 거예요."(116쪽)

"보통사람은 보통이 아닌 인간을 재판하는 게 취미에요."(150쪽)

즉, 스스로 정상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자기가 얼마나 비정상인지 모른 채 무리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재판 받기 두려워 정상으로 보이게끔 연기를 하는 거란다. 마침내 후루쿠라는 시라하의 권유에 따라 정규직 직업을 가지기 위해 이력서를 제출한다. 그러나 면접 당일 회사에 가지 않고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간다.

이 책에서 편의점이란 작가적 경험이 투영된 하나의 상징적인 공간일 뿐이다. 정작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정상과 비정상에 대해서다. 후루쿠라는 정말 비정상인가? 그렇다면 정상과 비정상은 누가 정하는가? 사회적 규범의 테두리에 속하지 않으면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그들을 차별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작가는 세상은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할 수 없고, 각자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할 뿐 모두 사회구성원의 일부이기 때문에 비정상은 없다고 한다. 다만 그들이 하고 있는 일 때문에 정상으로 보일 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서로간의 소통을 강조하고 차이가 차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소수자는 약자라서 보호되어야 할 존재가 아니다. 그들 또한 우리 사회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구성원이다. 이른바 '인싸'가 되지 못해 전전긍긍 하지 말고 자발적 '아싸'의 삶 또한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아쿠타카와상 수상작이란 권위에 주눅 들지 말고 끝까지 읽어보길 권한다. 주제는 무겁지만 얇고 유쾌하게 넘나들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우리가 몰랐던 편의점의 뒷풍경은 덤이다.

김광웅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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