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만남 강력 비판

“국정원의 정치개입·총선개입을 이대로 묵과할 수 없다”며 정치 쟁점화 시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만찬 회동을 정치 쟁점화 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당의 '강효상 의원 외교기밀 유출 공세'에 맞불을 놓을 수 있는 호재인 데다 내년 4월 총선까지 혹시 있을지 모를 정부와 여당의 '밀월'을 예방할 수 있는 카드라는 판단에서다.

정치권에선 장외투쟁 복귀 후 후속 조치를 두고 고심해 온 한국당이 좋은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한국당 지도부는 29일 국정원의 선거·정치 개입 의혹과 문재인 대통령의 비호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의총에서 "양 원장은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인물인데, 이 만남이 과연 혼자서 한 것이겠는가"라며 "문 대통령의 의중을 따른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 대통령도 이 만남을 알고 계셨는지, 국정원의 정치개입·총선개입을 이대로 묵과할 것인지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정원 관권선거 의혹 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정보 권력자와 민주당 최고 공천 실세의 어두운 만남 속에 선거 공작의 냄새를 맡을 수밖에 없다"며 "지하 선거벙커 같은 곳에서 여론을 움직이고 선거를 기획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당은 국가정보원을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보위원회 차원의 압박 강도도 높일 예정이다.

정보위 한국당 간사인 이은재 의원은 "서 원장이 정치에 개입하는 '적폐 놀이'에 빠졌는데 국정원이라는 조직의 영이 서겠는가"라며 "과거 정권의 국정원장과 직원들이 직권남용과 정치개입으로 처벌받았음에도 서 원장 스스로 적폐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도읍 의원도 "어제 국정원을 방문했지만, 정황상 서 원장이 저희를 피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서 원장에게 오늘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아직 연락이 없다"며 "두 사람의 4시간 20여분 간 비밀회동은 관권선거 획책이 발각된 것"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 정보위원회 소집과 관련해 "여야 합의가 되지 않으면 국정원장이 정보위에 출석하지 않는다"며 "우리 당이 아니라 민주당이 정보위 소집에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