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음주운전 책임지고 은퇴한 박한이, 모두가 경계로 삼아야

입력 2019-05-29 06:30:00

삼성 박한이.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박한이.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 박한이 선수가 27일 음주운전 사고의 책임을 지고 전격 은퇴했다. 그는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야구팬과 구단에 죄송한 마음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 "선수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한순간 잘못된 판단 때문에 명예롭지 못한 은퇴에 내몰려 안타까움을 사고 있지만 베테랑 선수답게 거취를 분명히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지난해 이른바 '윤창호법'이 제정되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때다. 여기에다 음주운전 단속 기준과 처벌 수위를 훨씬 높인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내달 25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음주운전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음주운전에 의한 사고로 모두 439명이 숨졌다. 하루에 1.2명꼴이다. 운전면허를 가진 국민이면 누구나 음주운전에 높은 경각심을 가져야 할 수치다.

이런 차에 모범이 되어야 할 박한이 선수가 숙취가 깨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 등교를 위해 운전대를 잡은 것은 결코 현명한 판단이 아니다. 경찰 음주 측정에서 드러난 혈중알코올농도 0.065%는 현행 도로교통법의 음주단속 기준 0.05%는 물론 개정된 기준 0.03%와는 적지 않은 차이가 난다. 비록 인명 사고는 없었지만 충분히 비난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저 없이 은퇴를 결정한 만큼 계속 그를 매도하거나 비난할 것은 아니다. 박 선수도 "징계나 봉사활동 등 어떠한 조치라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처벌을 달게 받고 모두를 실망시킨 데 대한 속죄의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런 태도는 여러 불미스러운 일로 사회적 지탄을 받아온 일부 프로 운동선수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자기 실수에 대한 진정한 반성만이 시민과 팬에 보답하는 길임을 명심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유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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