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청신한 오월愛

입력 2019-05-27 11:10:26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청신하다. 수필가 피천득은 오월을 금방 찬물로 세수한 스물 한 살의 청신한 얼굴이라고 표현했다. 봄꽃 자리를 대신해 피어난 오월의 꽃들은 그림이다. 꽃의 여왕이라는 장미가 절정을 이룬다. 수만가지 색, 오만가지 장미 중에서도 제일 예쁜 것은 담장 위 덩굴장미이다. 대문 위에도 담벼락에도 아치를 그리고 있는 빨간 장미들은 자꾸 팔을 뻗어 발걸음을 붙잡는다. 산들바람에 날리는 꽃향기는 상큼하며 알싸하다. 나의 대학 캠퍼스에서는 오월이면 최루탄 냄새가 그득했었는데.

지난 주에는 푸릇푸릇한 청소년들을 대거 만날 수 있었다. 대구예총에서 주최하는 청소년무대예술페스티벌에 예심을 통과한 청소년 400여 명이 본선을 치렀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지원한 만큼 새벽에 채비해 온 참가자들이 많았다. 대기 시간에도 경연장 복도까지 점령해서 연습을 했다. 우리가 제공한 햄버거를 맛있게 먹는 참가자들을 보니 내 배가 절로 불렀다. 100여 팀 중 14팀만이 결선무대에 올라 나머지 팀은 우르르 탈락의 고배를 맛보아야 한다.

청소년 대상의 대회이다보니 어리면 10살에서부터 20대초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이들이 팀을 이뤄 꿈의 무대를 만들어낸다. 결선무대는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많은 관람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연을 해야하는 만큼 긴장하기 마련이다. 타악연주팀 중 한 명은 북채를 떨어트렸는데도 자연스레 다음 연주를 이어가는 의연함을 보이기도 했다. 서로 실수는 감싸주고 도와가며 격려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들의 성장하는 소리를 들었다. 타인의 무대에도 리액션 부자가 되어 함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는, 에너지가 넘치는 청신한 얼굴들. 오월의 주역다웠다. '경쟁'보다는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듯한 모습에 심장이 펄떡이는 젊음의 기운까지 덤으로 얻었다.

소위 '요즘 애들'이 무섭다고들 한다. 애들은 애들대로 기성세대를 꼰대라고 빗댄다.

한 공간에 있지만 서로 다른 세계에 있다. 세대 간 추구하는 삶이 다르기에 세대 차이는 당연하다. 자라나는 아이들만큼 함께 살아가는 어른 세대도 과거의 관성을 벗고 권위만 내세워서는 안될 일이다. 예전의 신세대들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유연해지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필자의 사무처 막내 직원과는 강산이 두 번은 족히 바뀌고도 남을 나이 차이지만 코드가 잘 맞다. 서로 존중해 주려는 마음이 있어서가 아닐까. 애 어른 없이 덩굴장미처럼 조화로운 세상이면 좋겠다.

부모의 지도편달로부터 자유롭길 원하는 나이. 20대가 훌쩍 넘어가면 평생 동안 부러워할 청소년기는 그만큼 중요한 시기이다. 뭘 해도 되는 나이이고 오월은 푸르니 너희들은 또 자랄 것이다.

세수를 막 끝낸 내 얼굴은 건조함으로 괴롭지만 마음만은 청신하게 푸릇한 오월 속을 천천히 건넌다.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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