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자리에서 들은 '사오정 시리즈' 중 하나.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은 사오정이 정수기 위에 붙은 '물은 각자가'란 글자를 보고 소리쳤다. "각자야! 여기 물 좀 갖다 줘."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사오정 뺨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다른 것은 제쳐놓고 경제 관련 발언만 봐도 딱 그렇다. "경제가 성공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 다음 날 4월 실업률이 19년 만의 최고인 4.4%로 발표됐다. 실업자 수는 124만 명으로 2000년 이후 최고치에 청년층 체감 실업률은 25.2%로 통계 작성 후 최악이었다. "거시적으로 한국 경제가 크게 성장했다"고 했지만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16년 만에 마이너스였다. 현실과 동떨어진 대통령 말에 국민은 어리둥절함을 넘어 답답할 뿐이다.
사실과 다른 발언이 문 대통령에게서 나오는 까닭은 뭘까.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대통령은 측근이 원수고 재벌은 핏줄이 원수인데 지금 (문 대통령의) 측근들이 원수 짓을 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엉터리 보고를 한 청와대 참모들에게 책임을 돌린 것이다. 권력의 이너서클(핵심 세력)이 얼마나 국정을 이끄는 실력과 비전을 갖고 있느냐가 관건인데 현 정권은 이것이 부족하고 그 증거의 하나가 대통령의 얼토당토않은 발언이란 분석도 있다.
일리가 있지만 참모의 잘못을 떠나 본질적으로 문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 문 대통령 자신이 현실을 잘 모를 수 있다. 아니면 "나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심리에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행위가 결합한 때문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다녀온 사회 원로 중 일부가 문 대통령 태도를 보면 경청하는 것 같은데 나중에 보면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를 근거로 하면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
집권 2년이 지났지만 국민은 경제 성과 체감은커녕 하루하루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와중에 대통령 발언은 국민 염장을 지르다 못해 기절하게 하고 있다. 국민은 고구마를 잔뜩 먹은 것처럼 답답하기만 하다. 하지만 고구마에겐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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