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 휩쓰는 정비사업 열풍…곳곳에서 잡음·갈등 파열음

입력 2019-05-25 06:30:00

칠성24지구 수주전 과열…금품 살포 의혹에 경찰 수사
남산동은 조합과 세입자간 이주비 갈등…남문시장 재개발은 15년째 제자리걸음

대구 도심에 재개발·재건축사업이 활발하게 벌어지면서 과열된 수주 경쟁과 세입자 이주비 갈등 등 갖가지 잡음이 일고 있다. 지난 22일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남산동 남산 4-5지구 세입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중구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우정 기자 kwj@imaeil.com
대구 도심에 재개발·재건축사업이 활발하게 벌어지면서 과열된 수주 경쟁과 세입자 이주비 갈등 등 갖가지 잡음이 일고 있다. 지난 22일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남산동 남산 4-5지구 세입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중구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우정 기자 kwj@imaeil.com

대구 도심 전역에서 정비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곳곳에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금품 살포 의혹이 일거나 세입자와 재건축조합 간에 이주 지원을 둘러싸고 집단 갈등도 빚어지는 상황이다. 도심을 휩쓰는 정비 열풍 속에서도 십수년째 헛바퀴를 굴리는 사업으로 한숨짓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치열한 난타전 벌이는 수주 경쟁

대구경찰청은 북구 '칠성24지구 재건축사업'과 관련,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건설사들을 상대로 금품 제공 여부를 수사 중이다. 북구 칠성시장로 87-12번지 일대에 진행 중인 '칠성24지구 재건축사업'은 현재 코오롱글로벌과 화성산업, 태영건설 등이 수주전을 벌이고 있으며, 26일 조합원 총회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코오롱글로벌측 관계자가 조합원에게 식사를 제공하거나 식용유와 한우갈비세트, 귀금속 상품권 등을 전달했다며 북구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북구청은 지난 16일 경찰에 사건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현재 참고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역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화성산업도 노인정에 귤 한 박스를 건넸다는 고발이 제기돼 수사 중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건설업자가 조합원에 금품 등을 제공할 경우 과징금과 함께 1~2년 간 입찰참가가 제한된다.

대구 북구 칠성24지구는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 경쟁 과정에서 금품 살포 의혹과 현실성 부족한 입찰 제안 등의 논란이 일고 있다. 장성현 기자 shjang@imaeil.com
대구 북구 칠성24지구는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 경쟁 과정에서 금품 살포 의혹과 현실성 부족한 입찰 제안 등의 논란이 일고 있다. 장성현 기자 shjang@imaeil.com

시공사가 조합원들에게 제시한 입찰제안서를 두고도 현실성 논란이 일고 있다.

화성산업은 공사비로 3.3㎡당 447만원에 대구시가 지원하는 용적률 인센티브 23%를 적용, 용적률 407%(최고층수 41층)를 제안했다. 코오롱글로벌은 3.3㎡당 공사비 447만원, 용적률 410%를 적용해 최고층수 49층, 851가구를 제안했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들은 코오롱글로벌이 제안한 용적률 410%와 49층 설계안이 현실성이 없다고 반발한다. 410%는 지역업체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한 화성산업보다 더 높은 용적률이기 때문이다.

도남호 칠성24바른재건축모임 대표는 "코오롱글로벌의 입찰 제안서에는 공사대금이나 평면도, 평형별 세대수, 배치도 등이 없어 용적률의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코오롱글로벌측 관계자는 "금품 살포 의혹은 자체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용적률은 토지이용계획상 가능한 설계이고, 시공사 선정 이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24일 대구 중구 남문시장 일대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썰렁하다. 이 곳은 15년째 재개발사업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24일 대구 중구 남문시장 일대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썰렁하다. 이 곳은 15년째 재개발사업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중구 남산동 재건축, 세입자와 조합 갈등깊어

재건축사업 과정에서 세입자와 재건축 조합간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주거이전비나 영업보상비, 이사비, 임대주택 등이 지원되는 재개발사업과 달리, 재건축사업은 세입자에 대한 이주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중구 남산동 남산 4-5지구의 경우 조합과 이주를 거부하는 상가 세입자 간에 극심한 대립 양상을 빚고 있다.

중구청에 따르면 이 곳 재건축사업은 2017년 5월 사업 시행 인가를 받았고 이주 작업이 진행 중이다. 현재 사업 지구 내 세입자 및 주민 94%가 이주를 마쳤다. 이곳에는 지하 3층, 지상 29층 아파트 13동(947가구)이 들어선다.

그러나 이 곳 상가 30여곳의 세입자들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집단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10여차례 이상 집회를 연데 이어 지난 22일에는 전국철거민연합회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구청과 대구시청 등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남산상가철거민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재건축사업으로 인근 땅값과 집값이 폭등해 이주가 어려운데도 조합측이 세입자들을 내몰려고 불법 용역 직원을 동원하고 명도소송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합 측은 세입자들에게 다음달 30일까지 이주를 요구한 상태다. 조합 관계자는 "상가 세입자의 미이주와 철거작업 업무방해로 상당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세입자에 대한 보상 의무가 없다. 조합측도 답답한 심정"이라고 했다.

◆15년째 제자리걸음 중구 남문시장 정비사업

재개발사업이 절실하지만 이해 관계 충돌과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정비사업 열풍에서 소외된 곳도 있다. 중구 남산동 남문시장은 15년째 재개발사업이 표주 중이다.

남문시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설 노후화와 편의시설 부족, 상권 침체로 재정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좌초를 거듭했다. 2004년 주상복합단지를 지으려는 추진위원회가 꾸려졌지만 해산했고, 2011년과 2012년, 2015년에도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가 시행사를 찾지 못하면서 모두 해산했다.

결국 지난해 6월 남문시장과 시장 남쪽 상가부지까지 재개발하려던 계획을 시장 부지만으로 축소한 뒤 추진위가 다시 결성됐다.

사업이 난항을 겪는 동안 시장 내 220여개 점포 가운데 절반이 사라졌고, 2017년 인근에 대형마트까지 들어서면서 경쟁력을 대부분 상실한 상태다.

중구청도 시장 활성화 방안을 찾고자 2017년 청년몰 조성 방안 등을 내놨지만 정비사업과 맞지 않다는 상인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중구청 관계자는 "남문시장은 건물 노후화 누수, 낡은 소방시설 등으로 안전사고 우려가 크지만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어서 시설 현대화 사업 대상에서 제외됐다"면서 "긴급 시설 개선 등 소규모 정비로 유지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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