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적폐 없애려 적폐만 쌓는 문 정부

입력 2019-05-21 19:07:49 수정 2019-05-21 20:11:39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이춘수 동부지역본부장

'취업은 알바레오, 통계는 바꿀레오, 경제는 망칠레오, 북한은 퍼줄레오, 세금은 올릴레오, 자영업자는 울릴레오'.

유시민의 유튜브 '알릴레오' 등장에 맞춰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빗댄 인터넷 댓글이다. 민심은 정치적 적폐, 사회 구조적 적폐 청산도 필요하지만 적폐 청산을 빌미로 국민의 삶이 고단해지거나, 궁핍해져서는 안 된다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는 국민들이 생각하는 가장 악질적이고 근본적인 적폐는 '국민의 삶을 곤궁하게 만들고 정치적 혐오를 갖게 하는 정치적 행위'임을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은 2년 전 취임사에서 "감히 약속드린다. 2017년 5월 10일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오늘부터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도 진심으로 우리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했다. 그는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하겠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반대 세력에 대한 인적 청산과 처벌 위주의 적폐 청산, 무리하고 졸속적인 탈원전 정책, 현실을 도외시한 소득주도성장 등을 밀어붙임으로써 그의 약속은 대부분 공염불이 됐다.

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시작된 적폐 청산 작업으로 수사받은 전(前) 정권 인사만 110명이 넘는다. 징역형 합계가 130년을 넘겼다. 4명이 자살했고, 1명은 국가기관의 공격을 받던 중 유명을 달리했다.

대통령이 지시한 박찬주 전 대장 수사, 기무사 계엄 문건 수사 등은 용두사미 정도가 아니라 아예 무고(誣告)에 가까운 것이었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 대원칙으로 삼겠다"는 약속도 허언에 그쳤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볼 수 없는 '코드인사'가 판을 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의 국정 운영에서 문 대통령의 인사 원칙은 사실상 '내 편이냐, 아니냐' 뿐이었다. 내 편이면 헌법재판관조차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을 강행했다.

문 대통령 친구들은 쉽사리 한 자리씩 맡고 법무법인의 동료는 법제처장, 심지어 사무장까지 공기업 이사가 됐다. 이러면서 취임사에선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약속은 어떤가. 현 집권 세력은 자기네들은 위장 전입하면서 남은 징역형 때리고, 자기네들은 편법 증여를 일삼으면서 다른 사람은 못 하게 하는 법 만들고, 제 자식은 외고 보내면서 남의 자식은 자사고도 못 가게 하고, 자기 세력은 집 두 채, 세 채 갖고 임대업자들에겐 집 팔라고 한다.

자기들은 체크리스트이지만 다른 정부가 하면 블랙리스트이고, 자기들 댓글 조작은 괜찮고 남은 불법이라 한다. 자기들은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 가면서, 다른 이들은 1만2천700원 법인카드 사용을 문제 삼아 쫓아냈다. 이러면서 공정과 정의를 약속했고 실천한다고 선전한다.

현 정부 좌파 권력 실세들에겐 자기들과 생각이 다르면 모두 적폐였다. 적폐 청산은 집권 세력 자신의 살을 먼저 도려내는 솔선수범과 그 주체의 높은 도덕성이 담보됐을 때만 가능하다. 적폐로 적폐를 청산할 수는 없다. 정의를 말하는 사람은 먼저 다른 사람의 눈에 정의롭게 비쳐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적폐 청산은 또 다른 적폐를 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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