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통합의료 적용 전인병원 "환자 최우선"…재활 치료도 협진 성과
올초 지역 대학병원에서 폐암 진단을 받은 78세 남자 A씨. 이미 뇌와 뼈로 전이가 진행된 상태(4기)였고, 특히 암 세포가 빨리 자라는 소세포 폐암이었기에 항암치료를 하지 않으면 2, 3개월 정도밖에 생존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노쇠로 인한 체력 저하로 방사선 치료만 받고 항암 화학요법을 포기한 채 전인병원을 찾았다.
환자는 상담을 통해 통증을 줄이고 여명(餘命)을 늘리는 방법을 원했다. 병원 측은 '고용량 비타민 C요법'과 겨우살이에서 추출한 '미슬토' 주사요법을 권했다. A씨는 입원이 아닌 외래진료로 6주째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심한 기침 증상이 개선되었으며 식사도 제대로 하고 있다.
전인병원(병원장 손기철 신부)은 국내 최초로 의사와 한의사가 함께 현대의학과 한의학을 적용하여 전문적인 의·한 통합의료를 시행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말기 암 환자 경우처럼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의학적 관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보완 대체의학까지 적극적으로 제공한다.
◆말기암 환자 항암치료 안한다면 대안은?
2015년 말 간암 4기 진단을 받은 66세 B씨는 표준치료제인 넥사바의 부작용이 심했다. 피부발진, 식욕 저하, 전신 기운 빠짐 등의 증상으로 항암 화학요법을 중단하고 싶다고 했다. B씨는 전인병원을 찾아 치료 대안에 대해 상담했고, 미슬토 주사요법을 시작했다. 면역요법인 미슬토는 암 환자의 면역기능(특히 T임파구)를 활성화시켜 암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는 치료이며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B씨는 주 3회 미슬토 주사 치료를 받다가 현재는 주 2회로 줄였으며, 3년째 통원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혈액종양내과 전문의와 한의사 복수 면허를 가진 전성하 전인병원 진료부장은 "넥사바는 임상적으로 생명 연장이 8주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된다. 주류 의학계는 표준 치료제를 쓰다가 부작용이 있으면 그걸로 끝이다"면서 "이는 환자들에게 재치료의 기회를 차단하는 셈이다. 암에 대해 반드시 항암치료만 유일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체 요법이라는 옵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인병원의 환자 중에는 수술 후 항암치료와 탕약, 침, 뜸 등 한방치료를 병행하는 사례가 많다. 전체 내과 환자의 30~40%가 화학요법이 힘들어 한방 치료에 적극적이다.
항암 치료는 환자의 체력이 따라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대안을 찾는 것이다. 초기 암은 수술 후 회복을 돕고,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한다. 의사와 한의사가 공동 상담을 통해 치료계획을 잡는다. 한방치료를 병행하더라도 건강보험 적용이 되기때문에 환자의 부담은 적다.
간암 4기로 진단받은 56세 C씨는 뼈와 폐 조직으로 전이가 되어 방사선, 항암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전인병원을 찾은 C씨는 양한방 통합치료를 원했다. 양방 면역요법으로는 고용량 비타민 C요법, 싸이모신 알파 치료를 하면서, 한방 치료로 환자 상태와 체질에 맞는 맞춤형 탕약을 처방했다. C씨는 3개월 입원 치료를 하다가 퇴원, 매주 1차례 외래진료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CT 검사 결과 암 크기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사인 주정현 전인병원 과장(한방종양내과)은 "통합치료는 양방과 한방의 부족한 부분을 서로 보충해준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재활 영역에서도 의한방 통합치료 성과
지난 겨울 뇌졸중 이후 팔과 다리에 마비가 온 D씨는 전인병원에서 보톡스 주사치료를 하는 한편, 한방과와의 협진을 통해 뜸과 침 치료를 병행했다.
재활의학과 전문의인 유지나 전인병원 과장은 침은 약물 없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D씨의 경우 한방치료를 함께 함으로써 약물치료 용량을 20~40% 줄일 수 있었고, 운동 기능 회복 또한 빨라졌다"고 말했다. 또 "뇌졸중 이후 동반 된 동결견(오십견)에 대해서도 초기엔 스테로이드 주사치료를 했지만 한방 협진을 통해 주사 처방의 빈도를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암이 아닌 재활의 영역에서도 의한방 협진이 잘 이루어지는 것은 서로의 영역을 배척하지 않으려는 전인병원의 새로운 의료 서비스 구현을 보여준다. 증상에 따라 진찰과 검사를 하고 환자에게 치료 계획을 설명하고 한방 협진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유 과장은 "의학과 한의학이 서로 영역을 침해한다는 관계인식 구도에서 통합의료 확산은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협진은 진료의 양질화 측면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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