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만큼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도 드물다. 화가들의 꽃에 대한 환호는 동서고금을 초월한다. 꽃 그림에 집중해온 서양화가 권유미가 6월 4일(화)부터 9일(일)까지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에서 31번째 초대전을 연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꽃만 그려온 권유미 화백이 꽃을 그리는 배경에도 인간이 꽃에 투영한 환호가 자리하고 있다. 권유미는 꽃이라는 사물을 통해 자신의 예술세계를 시각화한다. 꽃이 지닌 화려함과 아름다움, 향기를 자신의 마음을 통해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의 캔버스에서 피어나는 꽃의 변화는 그녀의 예술세계 변천이자, 작가내면의 변화를 의미한다. 2000년대 초반에는 민화적인 요소가 강했다. 입체보다 평면에 집중하고, 장식적인 요소를 부각했다.
2016년은 권유미 꽃의 화려함이 정점을 찍는 시기였다. 물감의 두께로 조소의 부조 느낌을 표현하며 입체감에 한껏 물을 올리고, 자개와 금박과 반짝이는 오브제를 사용하며 화려함의 극대화를 시도했다.
이번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 전시에 걸리는 신작들은 '권유미의 작품이 맞나?' 싶을 만큼 달라졌다. 외적 화려함을 벗고 내적 깊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동양화적 요소의 강화다. 넉넉한 여백과 간결한 선의 균형으로 화려하게 치장했던 이전 화풍의 물기를 뺐다. 원근법을 무시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강화한 점도 눈길을 끈다. 정점은 싸인(sign)을 낙관으로 대체한 점이다.
"서양의 물감으로 그렸지만 동양의 관념을 동양적인 구성과 기법으로 그렸다"는 작가의 의지를 낙관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변곡점은 화병이다. 화병의 비중이 꽃에 밀리지 않을 만큼 커졌다. 여전히 화려한 자개를 재료로 사용하지만 색감을 낮추는 방식으로 화려함을 절제한다. 꽃은 점점 그 숫자가 줄어들거나 크기가 작아지고 있는데, 화병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음에 주목해보는 것도 좋은 감상이겠다. 문의 010-7153-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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