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딜러로 인생 2막 연 가수 김민우

입력 2019-05-14 18:35:31

외제차 딜러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 김민우 씨가 13일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를 찾았다. 임경희 매일 탑리더스 미디어전문위원
외제차 딜러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 김민우 씨가 13일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를 찾았다. 임경희 매일 탑리더스 미디어전문위원

1990년대 초 큰 인기를 끌다 수입차 딜러로 인생 2막을 연 가수 김민우가 13일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를 찾았다.

김 씨는 1990년 '사랑일 뿐야', '입영열차 안에서'가 TV 가요 프로그램에서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유명세를 얻던 중 군 입대를 결정했다. 연예인들의 병역 연기가 흔치 않던 시절이었고, 입대 당시 그의 나이는 23살이었다.

"제 노래가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에 오른 것을 군대 가서 봤습니다. 데뷔 전 3년 동안 노래 한 곡 3분을 위해 하루 10시간씩 연습한 노래였죠. 한창 가수 활동을 하던 도중 입대 영장이 나왔는데 그때는 입대를 미룰 생각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2년 뒤 제대한 그에게 현실은 냉혹했다. 공백기 동안 대중은 혜성처럼 등장한 '서태지의 아이들'에 열광했다. 힙합과 댄스 장르가 인기를 끌면서 김민우의 음악은 서서히 잊혀져갔다. 소속사도 계약 만료 뒤 재계약이 힘들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음악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소속사 없이 앨범을 만들기로 하고는 은행에서 3억원을 대출받아 녹음실을 차렸다. 밤낮으로 각종 행사, 나이트클럽 공연 등을 다니며 돈을 모았지만 이내 시련이 닥쳤다. 녹음실이 화재로 불타버린 것이다.

"공연을 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전화를 주셨어요. 녹음실 건물에 불이 났다고요. 가보니 다 타버리고 정말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노래를 해서 돈을 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는데 꿈이 사라진 셈이었죠. 이후 한동안 일 없이 집에서 빈둥거리며 지냈습니다."

결국 김 씨는 2000년대 초 친구 소개로 외제차 딜러라는 인생 2막을 시작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영업 업무는 맞지 않다는 주변의 만류가 적잖았지만 절박함이 성격마저 바꿨다.

"제가 워낙 내성적이어서 그동안 알고 지낸 인맥을 종이에 죽 써봐도 차를 팔 만한 사람이 얼마 없었습니다. 절박함에 새벽에 몰래 고객 집 앞에 가서 세차를 했고, 노래방에 불려가 제 노래를 부르기도 하면서 일했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단골 고객이 생기고, 그 고객이 다른 고객을 데려다주는 선순환 구조가 생기더군요."

그는 강연 내내 '명함 대신 심장을 건네라',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돼라'는 말을 강조했다. 단순히 판매를 위해서 영업을 하지 말고, 진심이 전해지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외제차 영업사원의 경우 손님이 낡은 국산차를 몰고 오면 무의식 중에 팔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을 하는데 저는 서너 시간을 설명하는 등 최선을 다해 영업했습니다. 그러다보면 매장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던 고객이 다시 차를 돌려 계약하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하지요. 명함만 받아간 고객이 10년이 지난 뒤에 저를 찾아오셔서 구입한 적도 있습니다. 영업에서 진심을 담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이제는 성공한 세일즈맨으로 자리잡은 그는 다시 음악의 꿈을 꾸고 있다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올해 중으로 새 앨범을 낼 계획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수입을 위해 활동한다기보다는 제 음악을 지금까지 사랑해주시는 분들을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자신이 그동안 받은 상처도 음악으로 치유할 수 있고요. 무대가 마련되지 않아도 노래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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