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커피 창업시장은 수년 전부터 대표적인 '레드 오션'으로 꼽힌다. 국내외 커피 프랜차이즈 간 경쟁이 치열한데다 최근에는 높아진 물가 영향으로 캡슐커피, 홈카페 등 대체재도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지난해 7월부터 경북 청도에서 카페 '정글커피'를 운영하는 이준혁(34) 씨는 커피 시장 흐름을 파악, 오히려 기회로 바꿨다. 이 씨는 주력 사업을 카페 운영이 아닌 커피 생두를 볶아 납품하는 로스팅으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치열하게 경쟁하던 주변 카페들이 오히려 고정 고객이 됐고 2017년 말 쿠팡 본사와 연 10억원 규모 로켓배송 납품 계약을 맺는 등 로스팅은 완전한 주력 사업으로 거듭났다.
이 씨는 "부산에서 10년 넘게 개인 카페를 운영하다가 2016년 로스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다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로스팅 기계를 들여놓을 공간도 부족했고 상가와 주택가가 밀집해 있어 로스팅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에 대한 민원도 많았다"며 "일반 카페보다는 '카페형 공장'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부지를 알아보다 청도로 오게 됐다. 평일에는 한적해 로스팅에 집중할 수 있고 주말이면 대구에서 찾는 손님이 많아 좋다"고 말했다.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매달 납품하는 원두량이 10톤에 달할 만큼 늘었지만 이 씨는 아예 카페에서 먹고 자며 모든 작업을 혼자 처리하고 있다. 주말 없이 매일 12~14시간 꼬박 일해야 하는 작업량이다.
이 씨는 "생두를 넣을 때 기계의 온도, 볶는 강도, 원두 배출 시기 등 로스팅을 하는 사람에 따라 커피 맛은 천차만별"이라며 "납품량이 많아 직원을 고용하거나 자동 로스팅 기계를 들이는 방법도 생각해봤지만 지금까지의 맛을 내려면 직접 볶는 수밖에 없다. 바쁘지만 아직은 즐겁다"고 말했다.
이 씨의 목표는 정글커피를 동네 방앗간 같은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온라인 구매보다도 손님이 보는 앞에서 원두를 볶고, 원두를 직접 포장지에 퍼주는 옛날 방식이 좋다고 했다. 평소 취미였던 피규어를 모아 카페 내부에 작은 박물관을 만든 것도 접근성이 좋지 않은 카페에 손님이 조금이나마 더 찾아와서 직접 로스팅 과정을 보게끔 하기 위해서다.
이 씨는 "정글커피라는 이름에는 직접 커피맛을 보면서 입맛을 찾아보라는 뜻이 담겨있다. 카페가 주력 사업은 아니지만 손님이 늘어 커피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체험하고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장기적으로는 사람들이 매일 우유를 집에서 받아 마시듯 주기적으로 맞춤형 원두를 공급하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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